◇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안진이 옮김/364쪽·1만8800원·더퀘스트
어떤 스타일이 가장 유능해 보이나요? 저자가 직접 자신의 머리 스타일과 안경, 턱수염 등에 변화를 준 뒤 설문 대상자들에게 ‘가장 유능해 보이는 외모’를 조사한 결과, 턱수염을 기르고 안경을 쓴 아래쪽 가운데 사진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저자는 데이터를 통해 부자가 되는 성공 비법뿐 아니라 최적의 외모마저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퀘스트 제공
부자가 되고 싶다면? 복권을 사지 말고 데이터를 들여다보라.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로 구글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경력을 쌓은 그는 복권 당첨 확률보다 더 높은 확률의 ‘부자가 될 수 있는 법’을 알려준다.
미국 국세청이 납세자 전체를 익명으로 전산화한 데이터에 따르면 상위 0.1%의 부자 가운데 급여로 소득을 올리는 사람은 20%뿐이다. 84%는 자신이 소유한 회사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회사에 다닐 게 아니라, 회사를 차려야 확률이 높아진다.
저자는 “데이터주의야말로 21세기 종교혁명”이라 강조한다. 중세 시대엔 성경이 인간의 선택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부자가 되는 방법은 물론이고 누구와 결혼할지, 외모를 어떻게 가꿔 나갈지 등 삶의 모든 갈림길에서 데이터가 가장 정확하고 확실한 선택지를 제공해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연애나 결혼, 자녀 양육 등에서 발생하는 선택지도 가장 믿을 만한 데이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면접을 앞둔 취업준비생은 7장 ‘데이터광의 외모 대변신’을 꼼꼼하게 읽어보길 권한다. 간단한 변화만으로도 곧장 ‘유능해 보이는’ 외모를 가질 수 있다. 저자가 헤어스타일과 피부색, 눈썹, 안경, 턱수염 등을 다양하게 바꾼 얼굴 사진 6장을 갖고 측정한 결과, 안경을 쓰고 적당히 턱수염을 기른 외모가 1∼10 척도에서 7.8로 가장 유능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경 하나가 신뢰할 만한 외모를 만드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를 고민하는 독자라면 납세자의 유년 시절 거주 지역 분포 데이터를 보면 도움이 된다. 미 국세청이 발표한 납세자 데이터에서 어릴 때 자란 지역과 현재 소득 수준을 추려 보면, 어느 지역에서 자란 이들이 평균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에서는 시애틀에서 자란 이들이 타 지역보다 평균 11.6% 이상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의 출신 지역, 지역별 최종 학력 수준 등의 데이터까지 고려하면 아이가 자라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가진 도시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원제는 ‘당신의 직감을 믿지 말라(Don‘t Trust Your Gut)’. 물론 데이터의 예측 성공률은 100%가 아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는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된 데이터가 넘친다. 위에서 언급한 데이터도 실은 모두 ‘공짜 데이터’였다. 이렇게 참고할 게 많은데 왜 직감만 믿고 일을 저지르느냐고 저자는 충고한다. 어쩌면 앞으로의 세상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숱한 통계 속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뽑아내는 ‘안목’일지도 모르겠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