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있는 풍경 강원 영월 마포까지 금강송 나르던 서강 짜릿한 급류의 맛 살려주는 동강 육지의 섬인 단종 유배지 청령포
강원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에는 서강이 휘돌아가면서 만들어낸 한반도 모양의 지형이 있다. 동쪽에 태백산맥처럼 울창한 숲이 있고, 서해안과 남해안은 낮은 동고서저형 지형까지 닮았다. 사진 왼쪽 강물 위에 한반도 지형을 한 바퀴 도는 관광용 뗏목이 떠 있다.
《강원도의 깊은 산골 영월에서는 동강과 서강이 태극 모양으로 굽이굽이 흐른다. 깊은 곳에선 천천히 흐르고, 얕은 곳에서는 ‘콸콸콸’ 소리를 내는 급류가 된다. 강에 둘러싸인 섬 같은 육지는 천혜의 감옥이 되고, 때로는 한반도 모양을 닮은 지도가 된다. 영월의 강은 예전엔 궁궐을 짓는 금강송을 한강까지 싣고 가는 뗏목의 출발점이었고, 요즘엔 ‘리버버깅(River Bugging)’으로 불리는 급류타기 레포츠의 명소로 인기다.》
○ 새처럼 한반도 위를 날다
남한강 상류인 영월의 동강과 서강은 영월읍을 중심으로 각각 동쪽과 서쪽으로 흐른다.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에 있는 선암마을 앞에는 한반도 전체를 옮겨놓은 듯한 모양의 지형이 펼쳐져 있다. 이 마을에서는 뗏목을 타고 한반도 동해안과 남해안, 서해안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약 1km 구간의 뱃길에선 삿갓을 쓰고 흰옷을 입은 떼꾼 복장의 어르신 가이드가 구수한 입담을 뽐낸다.
영월 한반도 지형을 한바퀴 도는 뗏목 체험.
배를 타고 한반도를 한 바퀴 돌았다면, 이번에는 산 위에서 내려다볼 차례다. 주차장에서 산길을 오른 지 약 20분. 가이드가 ‘제주 성산일출봉’이라고 설명한 전망대에 도착하니 노을빛이 비친 강물 위에 한반도가 떠 있다. 모양만 닮은 게 아니라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까지 닮았다. 동쪽에는 태백산맥처럼 숲이 우거져 있고, 서쪽엔 낮고 평평한 풀밭과 모래사장이 형성돼 있는 것이 영락없는 한반도다. 전망대에서 촬영용 드론을 띄웠다. 북한 지역은 갈 수 없었던 뗏목과 달리 드론은 남해안에서 휴전선을 넘어 북쪽까지 한달음에 날아간다. 동해 울릉도에서 인천 소래포구까지 자유롭게 선회하는 드론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내가 한 마리 새가 된 듯 한반도 위를 날고 있구나. 이것은 꿈인가. 현실인가.
○동강 급류에서 즐기는 리버버깅
영월 동강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리버버깅이다. U자 모양의 고무튜브 장비를 이용해 급류를 즐기는 1인 수상 레포츠다. 단체로 뗏목에 타서 노를 젓는 ‘래프팅’과 달리 ‘리버버깅’은 혼자서 물보라 치는 급류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더욱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1997년 뉴질랜드에서 시작된 리버버깅은 리버(river)와 버그(bug)가 합쳐진 단어로, 장비를 등에 메고 이동하는 모습이 마치 벌레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U자형 장비는 무게가 7kg에 불과해 여성도 어깨에 짊어지고 이동할 수 있다. ‘동강 리버버깅’은 영월군 김삿갓면 각동수련장에서 출발한다. 2시간에 걸쳐 급류를 타다보면 4km 떨어진 단양까지 흘러간다. 수련장 앞 강변에서 먼저 약 20분간 안전교육이 이뤄졌다. 특히 급류에 기구가 뒤집혔을 때 다시 올라타는 법을 실습하는 게 필수. 튜브처럼 생긴 기구는 어린이나 여성도 쉽게 올라탈 수 있었다.
동강에서 급류를 타는 1인 수상 레포츠 리버버깅.
리버버깅은 체온과 피부 보호를 위해 5mm 슈트를 입기 때문에 5월부터 10월 말까지 동강의 수려한 자연을 감상하며 즐길 수 있다. 카약은 노를 젓지만, 리버버깅은 손과 발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고 방향 전환을 한다. 이 때문에 물갈퀴가 달린 장갑과 핀(오리발), 구명조끼와 헬멧까지 완벽하게 장비를 갖춰 입는 게 필수다.
‘동강 리버버깅’을 운영하고 있는 박철희, 박주희 부부는 “뉴질랜드에서 리버버깅을 해보고 매력에 푹 빠져 10여 년 전 영월로 귀촌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리버버그 2대로 시작했으나 점차 입소문이 나고, 지역 청년들을 리버버깅 가이드로 합류시키면서 영월은 리버버깅의 메카가 됐다. 부부는 영월 청년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설립했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한 ‘2022년 관광두레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요즘 문화도시 영월군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고향사랑 기부제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관계 인구’가 고향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 공제와 함께 지역 특산품을 답례로 제공한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최대 13만 원의 혜택이 돌아오는 셈이다.
○단종을 위로한 청령포의 소나무
단종이 묻힌 장릉.
삼면이 강물과 절벽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감옥 같은 청령포.
영월 청령포로 유배됐던 단종이 갈라진 가지 위에 앉아 쉬었다는 관음송.
○맛집
단종이 즐겨 먹었다는 어수리나물밥과 어수리장국.
글·사진 영월=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