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증시가 암울한데 혼자 웃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인도인데요. 최근 석달 간 인도 센섹스지수는 8.3% 올랐죠(같은 기간 다우지수 -2.2%, 코스피 -5.4%). 아니,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팍팍 올리고 킹달러 때문에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했다는데 저 나라는 도대체 왜 주가가 오르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래서 인도 경제를 설명해줄 분을 만났습니다. 물론 투자전략도 함께 들었고요. ‘10억이 열린다’라는 책을 최근에 펴낸 김민수 CMK투자자문 대표입니다.
‘잠룡’인 줄 알았던 인도, 이미 전 세계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킹달러인데 신흥국 인도가 뜬다고?
인도 주가가 작년에 엄청 올라서 화제였고, 올해도 다른 주요국보다 상당히 견조하네요.“연초와 대비해서 보면 인도의 대표적인 지수 니프티50은 거의 빠지지 않았습니다. S&P500이 25% 수준으로 하락한 것과 비교해보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그만큼 인도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데요. 주변에서는 ‘금리 상승기인데 왜 개발도상국인 인도에 투자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지금 금리가 오르면서 달러가 너무 강한데 ‘그럼 상대적으로 신흥국에서는 돈이 빠지고 미국으로 돈이 다 가는 게 아니야’라는 생각을 솔직히 많이 하시죠. 그래서 ‘지금 신흥국을 투자하라고?’라는 느낌이 있어요.
“돈이 빠져나가는지는 환율을 보면 잘 알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30% 이상 원화가치가 떨어졌잖아요. 이건 유로화나 파운드화, 엔화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인도의 루피는 -10% 수준이에요.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밖에 움직이지 않은 거죠.
또 지금 대부분 국가 기준금리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수준인데요. 인도는 코로나 이전보다더 낮은 수준입니다. 왜냐하면 코로나 때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별로 없었거든요. 인도 기준금리가 코로나 이전에 6.5% 수준이었는데 코로나 때 4% 수준까지 낮췄고 현재 5.9%인데요. 이미 (팬데믹 때도) 돈이 시장에서 돌고 있었단 얘기였죠. 그건 디지털 사회 전환 때문이었고요. 사실 인도는 다른 나라들만큼 크게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았고 빨리 회복했어요. 2021년 인도 GDP 성장률이 9% 수준이었고요. 주요 경제기관들이 올해도 7% 이상을 예상하거든요. 그래서 아주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민수 CMK투자자문 대표는 인도 핀테크기업 밸런스히어로에서 IR임원으로 일하면서 변화하는 인도 경제와 그 가능성에 눈을 떴다. 안철민 기자
소비가 폭발하는 인도
디지털 전환을 얘기하셨는데, 인도에서는 스마트폰 보급이 엄청나게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더라고요.이미 5억 명 정도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고요. 인도에서 지내면서 그런 변화를 체감하셨나요?“저는 인도 하면 작은 상점마다 꽂혀 있는 QR코드가 생각 나는데요. 그만큼 인도는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을 건너뛰고, 빠르게 현금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 전환이 되고 있었습니다. 2017년도 10%대였던 인도 인터넷 보급률이 지난해 말 60%를 넘는 수준까지 높아졌고요. 스마트폰 사용자 수도 1억 중반에서 5억4000만명, 전체 인구의 40% 수준까지 올라왔어요. 연간으로는 한국 인구 수만큼씩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증가되고 있습니다.”
“은행 계좌가 없는 10억명의 금융 소외층 문제가 인도의 소비성장을 가로 막고 있었는데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모디 총리는 2015년 ‘디지털 인디아’ 정책을 발표했고, 2016년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가 자회사 지오를 통해서 4G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모바일 데이터 혁명’이 일어납니다. 인도 데이터 소비량이 지오 서비스 출시 직전엔 월 평균 2억GB 수준이었는데요. 지오 출시 4년 뒤엔 72억GB까지 올라왔어요. 인도 데이터 소비량이 중국 턱밑까지 쫓아온 겁니다.
이후 페이티엠 (Paytm)과 같은 인도 핀테크 기업들이 그동안 인도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었던 10억 금융소외층 문제를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계좌가 없는 사람들에게 온라인 계좌를 만들어주고, 자체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통해서 신용등급을 만들어서 이들에게 대출까지 실행한 거죠. 이를 통해서 인도 경제, 특히 소비와 소득의 성장이 더 빠르게 일어났죠.”
지오(JIO)는 인도 최대 이동통신 회사이다. 지오 홈페이지
-인도의 자동차 보급률이 중국과 비교해서 매우 낮은 편인데, 그 이유가 자동차를 할부로 사야 하는데 금융을 이용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이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핀테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돼서 자동차 같은 비싼 물건도 소비하게 될 거라고요?
“인도 자동차 산업은 규모로 보면 세계 4위 수준인데, 아직 수요는 시장 기대만큼 올라오지 못했어요. 2021년 인도의 1인당 국민소득(약 2100달러)과 비슷했던 중국의 시기가 2006년이었는데요. 그 당시(2006년) 중국 승용차 판매량이 520만대였는데, 지난해 인도 승용차 판매량이 308만대에 그쳤어요. 인도에선 승용차를 살 때 75~80%가 대출을 쓰는데요. 인도의 금융소외층 규모가 워낙 커서 소비가 올라오지 못한 거죠.
하지만 핀테크 기업이 대출을 하면서 규모 있는 소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제 자동차 시장의 성장이 기대되고요. 인도에선 백색 가전 같은 내구소비재 산업 보급률이 아직 낮아요.”
-인도의 세탁기 보급률이 16%, 에어컨 보급률은 13% 밖에 안 되더라고요.
“중국의 2000년대 모습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중국의 백색가전수요는 2003년부터 매년 15%씩 성장해서 2010년 도시지역 백색가전 보급률이 100%에 도달할 때까지 성장세가 견고했는데요. 중국의 1인당 GDP가 1300달러에서 4600달러까지 성장했던 시기입니다. 인도의 현재 1인당 GDP가 2000달러 초반이고, 소비와 소득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요, 현재 도시 지역 백색가전 보급률이 냉장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50% 미만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됩니다.
-GDP나 백색가전 보급률 등 여러모로 인도가 중국의 2000년대 초중반과 비슷하긴 한데요. 인도 인구가 중국을 추월하게 될 거잖아요. 그럼 장기적으로는 인도가 중국 못지않은 그런 경제대국으로 클 수도 있다고 보시나요?
“인도 경제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이유 중 첫번째는 인도의 인구구조입니다. 현재 인도의 인구 증가율을 보면 2026년이면 중국 인구수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인도 인구 평균 연령이 28세이고요. 중국과 비교해 10살 정도 젊습니다. 인구구조도 피라미드형이고요. 시간이 갈수록 생산인력뿐 아니라 소비인력도 점점 더 성장할 수 있죠.
두번째는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입니다. 해외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많이 걱정하는 게 지식재산권인데요. 인도는 제조업 부흥을 위한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에서도 지식재산권 보호를 정확하게 명시했어요.”
그래서 인도에 어떻게 투자하나
김민수 대표는 최근 인도 투자전략을 담은 ‘10억이 열린다’ 책을 냈다. 여기서 10억은 인도의 금융소외층 10억명을 뜻한다. 안철민 기자
-최근 인도 아다니 그룹 회장이 아마존 베이조스보다 더 돈이 많은, 세계 2위 부자가 됐다고 하던데요. 아다니 그룹은 인프라쪽 기업이더라고요. 인도 기업 중에서도 인프라나 제조업 쪽이 뜨고 있나요? 아니면 금융이나 통신 같은 서비스업이 여전히 더 강할까요? 어디에 주목하면 좋을까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인도의 어떤 산업과 기업에 투자했는지를 살펴보면 어디에 주목하면 될지 알 수 있겠죠. 2020년 코로나 때 글로벌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42% 줄었는데요. 인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FDI가 두자리수로 성장했어요.
이 당시에 투자됐던 산업을 보면, 약 25%가 디지털 통신 산업이고요. 이어 전기전자, 백색 가전. 자동차, 인프라, 제약, 그리고 서비스 산업에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즉 글로벌 기관투자자들도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내구 소비재, 그리고 인프라 투자의 성장으로 이어질 걸로 전망하는 거죠.
그래서 아다니 그룹 같은 인프라 투자,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같은 디지털 통신과 이커머스, 내구소비재 기업들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같은 큰 기업에 우선 주목해야 겠군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인도 최대 기업이고요. 우리가 많이 아는 무케시 암바니가 의장입니다. 그의 아버지 디루바이 암바니가 1960년대에 설립한 섬유회사를 모태로 하고요. 이후 디지털 통신, 리테일, 정유석유화학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정유석유화학 사업 부분이 전체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엔 약 90% 수준이었는데요. 디지털 통신과 리테일 사업 부문이 워낙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지금은 50% 수준까지 낮아졌습니다. 사업이 다각화되면서 안정화하고 있는 거죠.
2016년 4G 모바일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통신사업에 뛰어들었고요. 가입자수로 인도 최대 이동통신 서비스 기업입니다. 구글, 메타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요.
리테일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진 1위 기업입니다 ‘지오마트’나 ‘에이지오’와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EBITDA 마진율은 약 16% 수준을 유지하고 배당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재무 건전성이 아주 뛰어납니다.”
도 에어컨 제조업체 볼타스의 에어컨 광고. 볼타스 홈페이지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사업 구조가 약간 SK그룹에 이마트가 결합된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지위는 인도의 삼성이군요. 그런데 우리가 인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직접 살 수는 없더라고요. 결국 ETF(상장지수펀드)가 답일 것 같은데요. 책에서 장기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으로 프랭클린FTSE인디아 ETF(티커 FLIN)과 아이셰어즈MSCI인디아스몰캡 ETF(티커 SMIN), 이 두 가지를 언급하셨네요.
“현재 인도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ETF, 두번째는 DR투자인데요. 우선 ETF는 우리나라에 상장된 인도 ETF가 두 종류 있고요. 미국에는 13종이 상장돼 있습니다. 이중 운용자산이 가장 큰 ETF는 바로 ‘INDA’라고 하는 블랙록이 운용하는 ETF(아이셰어즈MSCI인디아 ETF)이고요, 이에 필적할 ETF가 FLIN입니다. 프랭클린템플턴이 운용하는 ETF인데요. 상장한 지 얼마 안돼서 운용자산은 INDA에 비해 적지만 수익률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나았던 적이 있고요. 인도의 대형주와 중형주에 투자합니다. 운용 수수료가 INDA에 비해 낮고요(FLIN은 0.19%, INDA는 0.65%).
또 주목할 ETF로는 SMIN이라는 블랙록의 스몰캡 ETF가 있습니다. 인도의 소형주에 투자하고요. 이 ETF 포트폴리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이 볼타스라는 인도의 에어컨 기업입니다. 인도 에어컨 시장 1위 기업이고요. 제가 인도의 백색 가전 산업 시장을 주목해야 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특히 에어컨은 가정에서 1개 이상 구매하고, 교체주기가 짧기 때문에 도시지역 백색 가전 보급률이 100%에 도달한 뒤에도 견고한 성장을 하거든요. 그래서 블랙록이 에어컨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겁니다.
두 번째는 DR입니다. DR은 주식 예탁 증서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 상장된 DR은 한국 증권사 HTS를 통해서 직접 매매를 하실 수가 있고요. DR을 사면 인도에 상장된 보통주와 같은 권리를 갖게 됩니다. 주요 DR로는 런던에 상장된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와 인도 최대 건설 회사 L&T가 있고요. 미국에 상장된 DR은 자동차 회사인 타타모터스, 인도 최대 민간은행 HDFC뱅크, 인도에서 가장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 IT서비스 기업 인포시스가 있습니다.”
-딥다이브 구독자들께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장기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산업과 기업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합니다. 결국엔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더 멀리 볼 수 있고 투자도 성공할 수 있는데요. 지금 산업혁명 수준으로 변하고 있는 인도시장을 관심 있게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by. 딥다이브
2000년대 초중반 중국의 성장세를 닮았다는 인도 경제 이야기, 잘 보셨나요. 핵심 내용을 요약해 볼게요.
글로벌 투자자들이 인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도 경제와 증시가 지금도 아주 견조한 이유입니다. ‘모바일 혁명’으로 인도의 금융소외층 10억명이 이제 대출을 받아 자동차와 에어컨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소비가 폭발할 기세입니다. 투자를 생각한다면 인도의 통신, 자동차, 가전 회사에 주목하세요. ETF 또는 DR로 투자할 수 있습니다.
* 이 기사는 7일 아침에 발행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는 뉴스레터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매주 화, 금요일 오전 8시에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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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