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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속으로…이대호 은퇴식 “내일부터 ‘롯데 팬 이대호’ 되겠다”

입력 | 2022-10-08 22:51:00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8일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가 끝난 후 열린 은퇴식·영구결번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0.8/뉴스1

“롯데 선수였던 이대호는 내일부터 롯데 팬 이대호가 되겠다.”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가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역사 속으로 떠났지만, 그는 한국 야구의 전설로 남았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투타에 걸쳐 맹활약 하며 롯데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1회말 첫 타석에서 가운데 담장을 맞히는 적시 2루타로 포문을 열었던 이대호는 팀이 3-2로 앞선 8회초 아웃카운트 1개를 책임지며 홀드까지 기록했다. KBO리그 통산 1971경기를 소화한 이대호가 투타를 겸업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경기가 종료된 후에는 조명 암전과 함께 이대호를 위한 특별한 은퇴식이 약 한 시간 동안 거행됐다.

이대호 영구결번 반지.(롯데 자이언츠 제공)

사직구장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의 “대~호” 연호 속에 이대호는 그라운드 중앙에 마련된 단상에 올랐다.

팬들의 열정적인 박수와 함께 은퇴식이 시작했다. 추신수와 최준석, 오승환, 이우민, 정근우 등 이대호의 동갑내기 친구들은 물론 조성환, 이승엽, 강민호, 황재균, 박용택, 김태군,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등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대호를 응원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일본과 미국에서 이대호와 인연을 쌓았던 구도 기미야스 전 소프트뱅크 호스크 감독, 스캇 서비스 시애틀 매리너스 감독, T-오카다, 마쓰다 노부히로 등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8일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가 끝난 후 열린 은퇴식·영구결번식에서 아내 신혜정 씨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10.8/뉴스1

이어 선물 전달식이 진행됐다. 이대호는 팬으로부터 롯데의 심장 케이크와 모자이크 포토 액자를, 신동빈 구단주로부터 영구결번 반지와 유니폼 액자를 선물받았다. 영구결번 반지에는 이대호가 롯데에서 보낸 시간과 등번호 10번, 타격 7관왕 기록, 그의 타격폼, 탄생석 등이 새겨졌다.

이에 이대호는 신 구단주에게 자신의 실착 글러브를 답례품으로 전달했다. 또 그는 부산 지역 사회를 돕기 위한 기부금 1억원 전달식도 진행했다.

그리고 이대호의 가족인 아내 신혜정씨, 딸 이예서양, 아들 이예승군이 준비한 영상 편지가 전광판을 통해 송출됐다.

이예서양은 “항상 야구장에서 아빠를 응원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저는 아빠의 영원한 1호 팬이 될 거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8일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가 끝난 후 열린 은퇴식·영구결번식에서 헹가래를 받고 있다. 2022.10.8/뉴스1

신혜정씨도 “너무 힘들 길을 묵묵하게 걸어온 여보에게 고생했고 고맙다는 말을 꼭 이야기하고 싶다”며 “당신의 제2의 인생이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선수 이대호 덕분에 정말 행복했다”고 밝혔다.

가족의 영상 편지를 본 이대호는 왈칵 쏟아진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신혜정씨는 단상에 올라 직접 꽃목걸이를 걸어준 뒤 이대호와 깊은 포옹을 나눴다.

이대호는 북받치는 감정 속에 준비한 고별사를 읽었다. 그는 “오늘이 세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인데 은퇴식을 하게 돼 감회가 새롭고 슬프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난 많이 부족한 선수였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내가 한 실수들, 놓친 기회들이 생각이 나 잠을 설친다. 하지만 팬 여러분은 두 번의 실수보다 한 번의 홈런을 기억해주셨다. 내가 타석에 설 때마다 ‘이번에는 꼭 해낼 것’이라고 믿고 응원해주셨다. 그 순간만큼 실수했던 기억을 잊고 정말 잘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자신 있게 배트를 휘둘렀다. 다 팬들이 보내주신 절대적 응원 덕분”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자신의 야구 인생을 돌아보면서 롯데 팬들의 우승 한을 풀어드리지 못한 점을 자책하며 ‘50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대호는 “20여 년 동안 절대적 믿음을 받고도 롯데 팬들이 꿈꾸고 나 또한 바랐던 우승을 끝내 이루지 못했다. 돌아보면 너무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 팀의 중심이 돼 이끌어야 했던 내가 가장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그렇지만 후배들이 롯데의 우승 꿈을 이뤄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롯데에는 나보다 몇 배 뛰어난 활약을 펼칠 후배들이 많이 있다. 팬들이 변치 않는 믿음과 응원을 보내준다면,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날이 멀지 않을 것”이라며 “롯데 그룹에서도 더 적극적 지원을 해주셔서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지는 롯데로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끝으로 이대호는 “이제 배트와 글러브 대신 맥주와 치킨을 들고, 두 아이와 함께 야구장을 찾겠다. 롯데 선수였던 이대호는 내일부터 롯데 팬 이대호가 되겠다. 팬 여러분이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러주셨던 이대호는 타석에서 관중석으로 이동하겠다”며 “회장님과 롯데 관계자, 팬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이대호의 영구결번식이 진행됐다. 이대호가 사용한 10번은 롯데 구단의 유일한 영구결번이었던 고 최동원의 11번 옆에 자리한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이대호를 위한 이벤트(행사)가 펼쳐졌다. 전광판을 통해 선수단의 응원 메시지와 릴레이 응원가가 송출됐고, 이대호는 홈플레이트로 이동해 선수단과 하이파이브(손뼉맞장구)를 하며 롯데의 미래를 당부했다.

오픈카를 타고 사직구장을 한 바퀴 돌며 팬들과 인사한 이대호는 롯데 선수단의 헹가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이대호와 작별을 아쉬워하며 사직구장의 밤하늘에 폭죽이 터졌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