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월 물가 정점론을 고수하고 있지만 지난달 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4% 넘게 올라 21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을 보였다. 이 중 외식 물가는 9.0% 뛰어 1992년 7월 이후 30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자주 소비하는 가공식품은 10개 중 7개의 값이 올랐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국은행이 12일 또다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서비스 물가 상승률 3개월째 4%대
서비스 물가 조사 대상 품목 148개 중 1년 전보다 가격이 오른 품목은 83%(123개)에 달한다. 국내 단체여행비가 24.7% 오르며 가장 큰 폭으로 뛰었고, 국제항공료(18.0%), 여객선료(15.6%), 대리운전 이용료(13.1%) 등이 10% 넘게 올랐다. 외식 품목 중에선 햄버거(13.5%), 갈비탕(12.9%), 김밥(12.9%), 자장면(12.2%) 등의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
다만 정부는 이달 중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늦어도 10월에 물가 정점이 올 것이라는 ‘10월 정점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에 대해 변화의 조짐도 감지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일 국회에서 “10월 정도로 (물가 정점을) 예측했는데 아직까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며 “걱정은 10월이 지나가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5% 밑으로 (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안 내려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 한은, 사상 두 번째 빅스텝 밟을 듯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한은이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관측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국회 등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말 최종 금리를 우리(한은)는 4%로 예상했지만 지금 4.4% 이상으로 올라갔고 내년 최종 금리 전망치도 4.6%로 높아졌다”며 “(국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한미 금리 격차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환율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 압력도 더 커진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