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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총기난사 유일한 생존 유아 “어린이집 빨리 가고 싶어요” [사람, 세계]

입력 | 2022-10-10 03:00:00

담요 뒤집어쓴 채 경찰에 발견돼
가족 “친구와 놀 수 있는지 계속 물어… 죽음을 어떻게 이해시킬지 난감”



8일 태국 북동부 우타이사완의 사원에서 이틀 전 발생한 어린이집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의 친척들이 희생자의 평안을 기리는 의미로 유일한 생존자 빠위눅 수폴웡(3)의 손에 실을 묶고 있다. 우타이사완=AP 뉴시스


6일 낮 12시 반경 태국 북동부의 한 어린이집에 전직 경찰관인 빠냐 캄랍이 총과 칼로 무장한 채 들어갔을 때 2∼5세인 원아 23명은 낮잠을 자고 있었다. 캄랍이 3세반 교실 문을 열자 그곳엔 11명의 세 살배기들이 누워 있었다. 이날 아이들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낙서를 하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교사는 여느 때처럼 아이들 수업 사진을 찍어 부모들 스마트폰으로 전송했다. 부모들은 그날 받은 사진이 아이들의 생전 마지막 모습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총기 난사 신고를 받고 어린이집에 도착한 경찰은 입구 정문에서 총에 맞아 숨진 교사와 직원 4, 5명을 발견했다. 이들이 마지막까지 지키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 정문 손잡이는 총탄에 부서져 있었다.

경찰은 어린이집 1층에 있던 교실 3곳의 문을 차례로 열었다. 교실 안은 핏자국이 가득했다. 자고 있던 원아들은 피할 겨를도 없이 캄랍의 총에 희생됐다. 경찰이 세 번째로 문을 열었던 3세반 교실 역시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한 명 한 명 생사를 확인하던 경찰은 담요를 뒤집어쓴 채 친구들 시체 옆에 웅크리고 있던 한 아이를 발견했다.

빠위눅 수폴웡이란 이름의 이 아이는 살아 있었다. 당시 어린이집에 있던 영유아 23명 중 유일한 생존자였다. 어머니인 빤모빠이 시통 씨(35)는 어린이집에서 500km 떨어진 수도 방콕의 직장에서 영상통화로 딸의 생존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는 부모에게 딸을 맡기고 전자제품 공장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보내고 있었다.

시통 씨는 “아마도 범인이 담요를 덮어쓴 딸아이를 못 봤거나 아이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할아버지 솜삭 시통 씨(59)는 “(총격 당시) 수폴웡이 낮잠에서 깨어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을 것이다. 친구들이 아직 자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온 수폴웡은 조부모에게 어린이집에서 가장 친한 친구였던 따칭과 언제 다시 놀 수 있는지를 계속 묻는다. 두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잘 때면 늘 나란히 누워 발을 맞댔다고 한다. 가족들은 빨리 어린이집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수폴웡에게 이 사건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수폴웡은 “나중에 자라면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수폴웡의 할머니는 8일 마을을 찾은 영국 BBC 취재진에게 말했다. “손녀가 매일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고 보채는데 그 어린 것한테 어떻게 죽음이 뭔지 이해시킬 수 있겠어요.”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