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가 본 ‘다트 프로젝트’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 ‘다트’가 지난해 11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X 팰컨9에 실려 발사되는 모습. NASA 제공
이희재 한국천문연구원 박사후연구원
10개월이 넘는 우주 항행이었다. 2021년 11월 24일에 발사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다트(DART) 우주선은 멀리 우주를 날아가 2022년 9월 27일 오전 8시 14분경 쌍소행성 디디모스의 위성인 디모르포스에 충돌하는 데 성공했다. 다트 프로젝트는 우주선 본체를 직접 소행성에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꾼 인류 최초의 실험이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법한 지구 방어 계획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지구 주변을 지나가는 천체는 생각보다 많다. 지구에 매우 가까이 스쳐 지나가는 태양계 내 천체를 근지구 천체라고 하는데, 소행성과 혜성은 대표적인 근지구 천체다. 이런 것들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은 아주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다. 대표적으로 1998년에 영화 ‘아마겟돈’부터 2021년 ‘돈 룩 업’까지, 소행성 충돌 위기를 그린 작품이 적지 않다.
이런 작품들이 꾸준히 나오는 것은 대중이 소행성 충돌에 대해 적든 크든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단순히 상상의 영역은 아니다. 1908년 러시아 툰구스카 지역에 지름 50m의 소행성이 공중 폭발해 2000km²의 숲이 불에 탔다. 2013년에는 지름 20m 크기의 소행성이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추락해 1500여 명이 다치고 7200여 채의 건물이 파손됐다.
다행인 것은 이런 소행성의 위협은 인류가 어느 정도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트 프로젝트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천문학자들은 지구로 접근하는 소행성의 충돌 위협에 대비한 ‘지구방위 활동’을 벌이고 있다. 다만 영화와 실제는 좀 차이가 있다. 일부 영화 내용과 달리 다트 미션은 처음부터 우주선에 폭약을 싣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았다. 폭발로 인해 떨어져 나올 잔해의 궤도를 예측하기가 어렵고, 잔해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행성 폭파 방법은 성공하더라도 이후 상황을 통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다트 프로젝트는 최종적으로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켜 그 궤도를 ‘살짝’ 비틀어 지구를 비켜나가게 하는 방법을 택했다.
다트 우주선의 소행성 충돌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 만든 설명 이미지. 다트는 열 달 넘게 우주를 날아가 지난달 27일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하는 데 성공했다. NASA 제공
나사와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응용물리학 연구소가 주도한 다트 프로젝트에는 30여 개국이 참여했다. 충돌 전후 소행성의 상황을 지상 관측으로 관찰하기 위해선 다양한 지역에서의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었다. 한국은 최근 지상에서의 소행성 관측 능력을 인정받아 동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다트 임무에 합류했다. 한국이 소행성 연구 성과를 국제 학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했고, 2016년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IAWN)에 합류하는 등 활발한 국제 활동을 이어온 결과다.
필자도 다트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참가자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근무하는 상황이라 원격회의는 보통 한국 시간으로 오전 1시에 열렸다. 지난해 11월 다트 선이 발사된 직후엔 회의를 분기별로 1번씩만 진행했으나, 충돌일이 다가오면서 1주일에 1번씩, 충돌 10일 전부터는 매일 회의를 하며 우주선 상황을 공유했다. 각 국가에선 관측 계획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나눴다. 한국에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들은 낮에는 근무하고 밤에는 다트 임무를 위해 원격회의에 참여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타국 프로젝트 팀원들은 회의 중 한국 연구자들이 혹여 잠들진 않았는지 확인하는 농담을 던지며 회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기 이끌기도 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포착한 다트와 소행성 충돌 순간. NASA 제공
이희재 한국천문연구원 박사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