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고통 임금 인상을” 파업 선언 주유소마다 긴 줄… 몇시간 기다려 英총리, 에너지 절약운동 제동 논란
“기름 넣기 힘드네”… 佛주유소 앞 줄지어선 차량들 7일(현지 시간) 프랑스 북부 릴의 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원유와 천연가스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지난달부터 프랑스 주요 정유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자 휘발유 공급 감소에 따른 주유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노조는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생활비가 치솟았다며 임금 및 최저 연금 상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릴=AP 뉴시스
7일(현지 시간) 프랑스 수도 파리 교외의 한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이 몰리면서 수백 m의 긴 줄이 만들어졌다. 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현지 방송 ‘프랑스24’에 “벌써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줄이 줄어들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여성 운전자는 “건너편 주유소에 갔더니 남은 기름이 없다고 해서 이리로 왔다. 여기서 또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전 유럽이 에너지 부족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최근 프랑스에서는 정유 노조의 파업까지 겹쳐 역대급 주유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토탈에너지, 미국 엑손모빌 등 국내외 유명 정유사 노조가 “물가 인상을 견딜 수 없다. 임금을 올려 달라”며 파업을 선언하자 그 여파가 물류체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까지 토탈이 운용하는 북부 노르망디 주유소, 엑손모빌이 운영하는 북부 센마리팀주와 남부 부슈뒤론의 정유 공장 등 3곳이 문을 닫았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토탈이 운영하는 프랑스 내 주유소 3500개 중 3분의 1은 현재 연료가 부족한 상태다. 교통부 역시 공급 차질을 빚고 있는 주유소가 전체 주유소의 최소 19%라고 공개했다.
이웃 영국에서는 ‘작은 정부’를 신봉하는 리즈 트러스 총리가 산업부가 추진하던 에너지 절약운동을 무산시켰다는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BBC는 6일 총리실의 반대로 산업부의 에너지 절약 운동 계획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에너지 부족으로 올겨울 매일 약 3시간의 정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외출 시 난방 끄기, 보일러 온도 낮추기 등 일상생활에서 에너지 절약 실천 요령을 홍보하는 약 1500만 파운드(약 237억 원) 규모의 사업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평소 국가가 개개인의 선택에 간섭하는 ‘보모 국가(nanny state)’에 부정적이던 트러스 총리가 이 안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