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어디까지 왔나
지난달 20일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진행된 기동화력 시범에서 육군의 K2 ‘흑표’ 전차가 포사격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신규진 정치부 기자
《지난달 21일 경기 고양 킨텍스. 닷새간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코리아 2022)에 40여 개국 군 관계자들이 몰렸다. 격년 주기로 열려 올해 5회째였던 이번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주최 측은 행사 기간에 50여 개국 350여 개 기업이 참가했고, 6만5000여 명 관람객이 전시회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특히 ‘새로운 국방(New Defense: Shape the Future)’이라는 주제에 맞게 드론봇(드론+로봇)과 인공지능(AI), 무인화, 자율주행 등 미래 복합전투체계를 가시화하는 무기체계가 집중 주목을 받았다.
국내 방산기업의 첨단 무기체계를 지켜보기 위해 한국 주재 무관들은 대부분 행사를 찾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슬로바키아는 전세기를 띄워 이번 행사에 대규모 사절단까지 보냈다. 군 관계자는 “‘한국 방산기업이나 무기체계 발전 과정을 벤치마킹하라’는 지시를 받고 행사에 참석했다는 중동 국가 관계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바야흐로 ‘K방산 르네상스’란 말이 나온다. 전 세계가 한국의 국방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자주 국방을 내걸고 미국제 소총을 역조립하며 첫발을 뗀 국내 방위산업은 이제 잠수함, 초음속 전투기 등 첨단 무기체계를 직접 설계·제작할 만큼 발전했다. 올해 500억 달러 무역적자를 우려하는 전망이 나오지만 K방산은 분투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 ‘폴란드 대박’ 등 K방산 르네상스…우크라전 효과도
사실 앞서 폴란드는 차기 전차 후보로 미국, 독일산을 유력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전차, 자주포 등 주력 무기를 지원했는데, 이로 인해 생긴 국방력 공백을 조속히 메워야 했기 때문.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대대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선 상황에서 신속한 공급이 가능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한국산이 더 좋은 선택지가 된 것이다. 가령 독일 레오파르트 2A7 전차는 대당 약 200억 원으로 50대 생산하는 데 5년이나 걸리지만 K2 전차는 그 절반 가격에 3년 만에 180대 납품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 尹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 전략산업화”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각국은 치열한 무기 확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은 안타깝지만 치열한 군비 경쟁 상황이 펼쳐진 상황 자체는 국내 방산업계에 호기(好機)인 건 사실이다. 폴란드는 도입을 확정한 ‘3종 무기’ 외에도 ‘레드백’ 장갑차와 다연장로켓(MLRS) 천무, K808 차륜형 장갑차, 천궁-2 요격미사일 등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폴란드뿐만 아니라 동유럽 국가들이 한국산 무기체계에 전방위적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분단의 특수성으로 인해 오랜 기간 실전 운용을 해온 한국산 무기들의 검증된 성능과 안정성도 긍정적인 요인이란 평가다.이제 K방산은 세계 4대 방산수출국까지 노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으로 방산 산업을 전략산업화하고 방산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했다.
전망도 좋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천궁-2 요격미사일, 차기 호위함, 비호복합 방공체계(60억 달러 이상), 콜롬비아가 FA-50 경공격기(10억 달러), 노르웨이가 K2 전차(17억 달러 이상) 등 계약을 올해 체결할 가능성이 크다. 호주의 차기 장갑차 사업(50억∼75억 달러)에도 국산 ‘레드백’ 장갑차가 유력 후보에 올라 있다. FA-50 경공격기 도입(7억 달러)을 검토 중인 말레이시아는 이달 중 KAI를 방문해 실사에 나선다.
○ “방산 수출 지원 제도는 선진국 수준에 못 미쳐”
방산 수출이 국가전략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만큼 범정부 차원의 지원 사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3일 발표한 ‘글로벌 방산수출 빅4 진입을 위한 K-방산 수출지원제도 분석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방산 수출 지원 제도는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정부 간 수출계약(G to G) 제도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운영되고, 무기 수출 시 교육·기술·재정까지 패키지로 지원하는 등 ‘패키지 딜’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또 미흡한 방산 수출 금융 지원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신규진 정치부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