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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슈퍼컴-AI용 반도체 對中수출 금지 발표

입력 | 2022-10-10 03:00:00

반도체 장비 전방위 규제
상무부 “삼성-SK 中공장 개별심사”
韓 산업부 “장비공급 큰 지장 없을 것”
업계 “매번 심사받아 불확실성” 우려




미국이 중국의 슈퍼컴퓨터 및 인공지능(AI) 산업에 첨단 반도체가 공급되지 않도록 대중 수출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전방위 규제를 공식 발표했다. 미국은 그동안 특정 기업(화웨이)이나 장비(극자외선·EUV 장비) 중심의 제재를 해 왔는데, 슈퍼컴퓨터와 AI 산업, 메모리반도체까지 포함한 반도체 장비 전반에 대해 광범위한 고강도 수출 통제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상무부는 7일(현지 시간) 중국 슈퍼컴퓨터 및 AI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첨단 반도체에 대해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연산 능력 100PFLOPS(페타플롭스·초당 1000조 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컴퓨터 성능 단위) 이상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모든 제품을 수출하려면 미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28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을 ‘우려 기업’으로 등재해 수출을 어렵게 했다. 애플이 메모리반도체를 구매하려 했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중국 최대 안면인식 AI 기업 센스타임 등 31개 기업이 수출 규제 명단에 포함됐다. 반도체 장비 규제도 대폭 확대된다. 1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시스템반도체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등에 쓰이는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이 사실상 금지된다.

세계에서 첨단 반도체 제조 비중이 가장 높은 대만 당국은 “대만 반도체 산업은 국제법을 따른다”고 밝혀 미국의 수출 통제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미국이 기술력을 이용해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저해하고 억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중국 내 생산시설을 외국 기업이 소유한 경우 개별적 심사로 결정하겠다고 상무부는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첨단 컴퓨팅 칩은 국내 생산이 없어 단기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SK 우시공장, 삼성 시안공장 등은 중국 기업과는 달리 ‘사안별 검토 대상’으로 분류돼 장비 공급에 큰 지장은 없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업계와 긴밀히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 측과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국 정부와 협의해 중국 공장 운영에 차질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측은 “정부와 협력해 미국으로부터 개별 허가(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라고 무조건 통과시키는 건 아니고 심사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매 과정 불확실성이 생겼다”고 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