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번엔 심야 도발, 동해상 SRBM 2발 쏴 당 창건일 하루 전 문천서 발사 NSC-美국무부 “안보리 위반 규탄”
북한이 9일 주말 심야 시간에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노동당 창건일(10일) 하루 전 기습 도발을 단행한 것. 북한의 심야 미사일 발사는 3년 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특히 북한은 이번에 강원도(북한 지역) 문천 일대에서 도발을 감행하는 등 최근 보름새 6개 지역에서 7차례 집중 도발에 나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언제, 어디서든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전술 능력을 과시하며 노골적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대형 방사포(KN-25)
북한이 심야 도발을 감행한 건 2019년 8월 함경남도 영흥에서 미사일을 쏜 뒤 처음이다. 최근 7차례 미사일 도발에선 KN-25는 물론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등을 섞어 쏘며 남한은 물론 일본, 미국령 괌에 대한 타격 능력까지 과시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직접적으론 한반도로 재전개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CVN-76) 등을 겨냥한 무력시위로 보인다. 로널드레이건은 북한의 IRBM 도발에 맞서 5일 회항해 7∼8일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8일 이를 겨냥해 “우리 무장력은 이를 엄중히 보고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장소 바꿔가며 기습공격력 과시
어제는 새벽… 밤낮 가리지않고 쏴
KN-23, 25 등 ‘섞어쏘기’ 위협도
○ 현무 실패한 심야 시간대 골라 이례적 도발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1시 48분경 10분가량 초대형 방사포(KN-25)로 추정되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쐈다. 북한이 자정을 좀 넘긴 시간에 미사일을 쏜 건 매우 이례적이다. 가장 최근의 심야 도발은 2019년 8월 2일 함경남도 영흥에서 탄도미사일을 쏜 게 마지막이다. 다만 당시 북한은 오전 2시 59분경 도발을 감행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언제든 우리 허를 찌를 수 있다는 능력을 대놓고 과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우리 군이 쏜 현무-2C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실패한 심야 시간대에 발사해 자신들의 전술 역량을 과시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북한의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4일 오후 11시경 발사된 우리 군의 현무-2C 1발은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을 하다 기지 안으로 낙탄(落彈)한 바 있다.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 지역으론 강원도(북한 지역) 문천을 선택했다. 2020년 4월 14일 당시 우리 총선을 하루 앞두고 문천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뒤 처음 다시 이 지역에서 미사일을 쏜 것. 원산 북부에 위치한 문천에는 북한 해군기지가 있다. 북한은 특히 최근 보름새 문천은 물론이고 평안북도 태천, 평양 순안, 평안남도 순천, 자강도 무평리, 평양 삼석 등 거의 전 지역에서 도발을 감행했다. 미사일도 종류를 바꿔가며 고도, 비행거리 등까지 다양하게 조정해 도발에 나섰다. 한미 정보당국은 최근 5년 동안 북한이 발사한 53회 94발의 탄도미사일 중 실전배치된 게 아직 없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사실상 실전배치에 준하는 전방위 전술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 北, 美항모 재전개에 “엄중히 보고 있다”
북한은 이번 도발에 앞서 로널드레이건의 한미 연합훈련 참가 등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미사일 발사 15시간 전 북한 국방성 대변인이 “군사적 허세”라며 “우리 무장력은 이를 엄중히 보고 있다”고 밝힌 것. 한미 정보당국은 결국 이렇게 명분을 축적한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징검다리 도발에 나선 뒤 제20차 중국 공산당 대회(16일)부터 미국 중간선거(11월 8일) 사이를 ‘디데이(D-day)’로 잡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