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힌 여성이 의문사한 사건으로 시작된 이른바 ‘히잡 시위’가 4주째 이란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란 내 반정부 시위로 어린이 19명을 포함해 최소 185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시위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축출을 요구하는 반정부 성격으로 변모해 점점 격화되는 양상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위원회는 이란 전역에서 벌어진 전국적인 시위로 최소 19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8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현재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최루탄과 곤봉, 실탄을 사용해 여고생과 대학생들로 이뤄진 시위대를 진압하는 보안군의 모습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란 정부는 실탄이 사용됐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트위터에 올라온 한 영상에서는 테헤란의 한 고등학교에서 곤봉으로 무장한 보안군이 학생들을 공격하는 장면이 담겼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한 남성이 전경들로부터 아내를 보호하려다가 “임신한 아내를 때리지 말라”고 외치는 모습이 나왔다.
영상들이 실제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 국영방송이 사이버 공격을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뉴스 시간에 갑자기 음악과 함께 가면이 나타나고,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가 불길에 휩싸이는 모습이 방영됐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이란 내무부가 시위대에 가혹한 형벌을 예고했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란 여성들과 연대하는 시위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이란 정부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미국과 캐나다는 이미 이란 당국에 제재를 가했고, 유럽연합(EU)은 이란 관리들에 대한 자산 동결 및 여행 금지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길거리에서 여성과 소녀들을 때리고,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는 이들을 임의로 투옥하고 사형에 처한다”며 “그들은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