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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 합참의장 “한반도 핵전쟁 위험 2017년보다 커져”

입력 | 2022-10-10 13:20:00

백악관 “필요시 모든 역량 동원”




마이클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이 9일(현지 시간) 미국 ABC 방송에 출연해 북한 핵 위협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술핵 훈련을 지도하는 등 핵 위협 수위를 높인 가운데 미국에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17년보다 북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마이클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은 9일(현지 시간) 미국 ABC 방송에 출연해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실험을 감안할 때 (핵전쟁 위기가)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북한은 역대 최다 (미사일) 실험을 감행하고 있다”며 “따라서 그(김정은)는 (핵전쟁) 역량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그것(핵무기를)을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며 “그런 면에서 5년 전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핵탄두 소형화와 미사일 재진입 기술 등이 완성 단계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북한의 실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는 것.

멀린 전 의장은 ‘북한이 핵을 협상 지렛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핵 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정확하다”며 “나는 그 가능성이 5년 전보다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 행정부에서 초대 합참의장을 지낸 멀린 전 의장은 2016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자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다고 본다”며 선제타격론을 주장한 바 있다.

멀린 전 의장은 “김정은(위원장)이 이 시점에서 자신의 (도발) 경로를 바꿀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에게 압력을 가하는 등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을 거쳐야 한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북한 비핵화 목표가 현실적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여전히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가능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같은 방송에 출연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김정은은) 분명히 핵 야망을 버리지 않았다”며 “따라서 우리는 모든 (군사적) 역량을 역내에 배치하고 필요할 때 동원할 준비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조건 없는 대화’ 등 외교적 해법을 계속 추진하되 북한 핵무기 사용 등 비상사태에 대해서도 군사적 대비를 하겠다는 취지다.

커비 조정관은 ‘수십 년간 미국의 대북 억제 전략이 작동하지 않았는데 이번 전략엔 어떤 차이점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한반도 주변에서 정보 능력을 향상시켰고 한국 일본과 함께 훈련을 하는 등 군사 대비 태세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미사일 경보 훈련 등 한미일 연합훈련을 대북 군사적 대응의 핵심으로 꼽은 것이다.

하지만 북한 핵개발 진전에 따라 비핵화 협상 대신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군축협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미국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미사일 전문가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북핵 협상에서) 비핵화에 대한 고집은 실패일 뿐 아니라 웃음거리(farce)로 바뀌고 있다”며 “북한은 이미 이겼다. 쓰디 쓴 약이지만 어느 순간 그 약을 삼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