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시티필드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 뉴욕 메츠의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NL) 와일드카드 결정(WC·3전 2승제) 3차전. 김하성(27·샌디에이고)이 2-0으로 앞선 4회초 2사에 1루 베이스에서 상대 투수의 눈치를 살피다 2루로 돌진해 득점권 기회를 만들어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포스트시즌(PS) 경기에서 최초로 도루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10일 뉴욕 메츠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3차전 2-0으로 앞선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 출루 후 2루 도루에 성공해 후속타자의 좌전 안타로 득점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김하성의 최초 기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7번 타자 유격수로 나선 김하성은 이날 네 번의 타석에 들어서 3볼넷 3득점을 기록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PS 경기에서 이런 기록을 낸 선수는 없었다. 김하성보다 먼저 MLB ‘가을 야구’를 경험해 본 최희섭(43·은퇴), 추신수(40·SSG), 김현수(34·LG), 최지만(31·탬파베이) 중 누구도 근접하지 못한 기록이다.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 야수 중 가장 많은 PS 볼넷을 보유한 선수는 최지만이다. 탬파베이는 2019년부터 4년간 꾸준히 PS에 진출했고, 최지만은 29경기에 나서 19볼넷을 남겼다. 최지만도 2019시즌 ALDS 휴스턴전 당시 3볼넷을 얻어낸 적이 있지만 이때 득점은 1점에 그쳤다. 선구안이 장점인 추신수도 빅리그 시절 경험한 가을 야구 7경기에서 볼넷은 단 한 차례만 얻었다.
샌디에이고 김하성(오른쪽)이 10일 뉴욕 메츠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3차전에서 4-0으로 앞선 8회초 세 번째 볼넷을 얻어내 팀 동료의 적시타로 개인 3득점째를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공교롭게도 샌디에이고의 다음 상대는 2년 전 NLDS에서 0-3 스윕패 탈락을 안겨줬던 LA 다저스다. 샌디에이고를 누르고 NL 챔피언결정전(NLCS)에 오른 다저스는 그해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 정상을 밟았다. 다저스는 올해도 정규시즌 구단 최다승(111승 51패)을 기록하며 리그 전체 1위(승률 0.685)에 오른 WS 우승후보 중 하나다.
이날 경기 결과로 MLB 양대리그의 DS 퍼즐도 모두 맞춰졌다. ALDS에는 클리블랜드와 뉴욕 양키스, 시애틀과 휴스턴이 올라 ALCS 진출권을 다투게 됐다. 최지만이 속한 탬파베이는 클리블랜드에 시리즈 전적 0-2로 패배했다. 류현진(35)의 소속 팀 토론토도 시애들에 스윕패했다. NLDS에서는 샌디에이고, 다저스 외에 필라델피아와 애틀랜타가 NLCS 티켓을 놓고 경쟁한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