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3·9 대선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불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근 당 내부 회의에서 여가부 폐지에 대해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힌 데에 이어 당내에서 “민주당의 이름으로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자”는 목소리가 본격화되면서다. 169석의 원내 1당인 민주당이 당론으로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고 나설 경우 윤석열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어려워진다. 여가부 폐지가 여야 갈등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결국 이를 둘러싼 젠더 갈등과 세대 갈등도 격화될 전망이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10일 오전 페이스북에 ‘여가부 폐지라는 갈등조장 치트키를 삭제시킵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린 뒤 “정부조직 개편안을 민주당이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젠더갈등을 지지율 회복의 치트키로 활용해 왔다”며 “그 7글자(여성가족부 폐지)에 춤춘 건 대통령의 지지율뿐이었다. 해결되지 않은 것은 여성의 안전이고, 30대 이하 청년 남성과 여성의 자살률”이라고 지적했다.
당론으로 여가부 폐지를 막아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우리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대선공약으로 탄생한 ‘강제적 셧다운제’를 작년 11월, 저를 포함한 의원 다수의 찬성으로 폐지시킨 바 있다”며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도 그래야만 한다. 여가부 폐지, 민주당의 이름으로 반대하고 저지하자”고 썼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생과 외교·안보 상황이 심각한 이 시점에 정부가 굳이 여가부 폐지를 꺼내든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아무리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도 지금 시급한 것들은 따로 있지 않으냐”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