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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 물류로봇 50대… 로봇 팔, 20kg 냉장고 문 척척 붙여

입력 | 2022-10-11 03:00:00

LG전자 창원 ‘스마트팩토리’ 가보니



경남 창원시 LG스마트파크 공장에서 로봇 팔이 냉장고 문을 본체에 부착하는 모습(윗쪽 사진). LG전자 직원이 실제 공장 생산라인을 디지털 가상공간에 구현해 문제 상황을 예측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올 3월 LG스마트파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첨단 기술을 도입해 제조업 역량을 끌어올린 생산기지를 뜻하는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LG전자 제공


“여기 스마트팩토리에서는 로봇들이 ‘갑’이에요. 로봇들이 지나가도록 저희들이 길을 비켜줘야 해요.”

6일 경남 창원시 ‘LG스마트파크1’ 통합생산동. 기자의 뒤편에서 초록색 선을 따라 부품을 싣고 이동하던 물류로봇(AGV)이 사람들을 인식하고 멈춰 서 있었다. 로봇이 접근한 걸 모른 채 서 있자 공장 안내를 맡은 이수형 LG전자 H&A DX·혁신운영팀 선임이 “로봇들이 부품을 싣고 물건을 옮기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LG전자의 냉장고, 오븐, 식기세척기 등 핵심 가전들이 생산되는 스마트팩토리다. 1976년 준공된 LG전자 창원공장을 2017년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하기 시작해 지난해 9월부터 본격 가동했다.

대지 면적이 축구장 35개 규모인 공장에는 직원들의 모습이 좀체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공장 내부 지상에서는 5세대(5G) 이동통신망이 적용된 물류로봇 50대가 무인 운행 중이었다. 천장에는 고공 컨베이어를 통해 최대 30kg의 박스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로봇들과 입체적 공간 활용 덕에 자재 공급시간은 기존 대비 25%, 물류면적은 30% 줄었다.

LG스마트파크는 올해 3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등대공장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제조업의 역량을 끌어올린 생산기지를 뜻한다. 밤하늘에 등대가 불을 밝히며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의미를 담았다. LG전자의 등대공장 선정은 국내 가전업계에서 최초다.

생산라인으로 이동하자 로봇 팔이 20kg가 넘는 무거운 냉장고 문을 본체에 알아서 부착하고 있었다. 냉장고 문 부착 자동화 기술은 세계 최초다. 강명석 LG전자 키친어플라이언스생산선진화테스크 리더는 “사람이 20kg이 넘는 문을 들고 부착 작업을 반복하면 힘들기 때문에 스크래치 등 품질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며 “머신러닝 자동화를 통해 품질과 생산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화염이 발생하는 위험한 용접 작업도 로봇 팔이 맡고 있었다. 로봇들은 수십만 회의 ‘머신러닝’을 통해 로봇 스스로 최적의 각도와 온도 등을 찾아내고 판단해 제품을 조립한다. 위험 부담을 로봇이 덜어준 셈이다. 시간당 제품 생산 대수도 20% 가까이 증가했다.

‘디지털 트윈’ 기술도 인상 깊었다. 한 공간에서는 실제 공장을 디지털 가상공간에 구현한 화면이 보였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장 가동을 시뮬레이션해 생산라인 상황을 한발 앞서 예측 중이었다. 예를 들어 10분 뒤 일부 라인에서 자재가 부족할 것이라는 신호를 감지하고 실제 공정에 자재를 추가 공급해 공장 운영을 돕는 방식이다. 이 선임은 “큰 병이 발생하기 전 위험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건강검진과 같다”고 답했다.

이후 방문한 식품과학연구소에서는 간편식에 있는 바코드를 찍기만 하면 광파오븐이 최적의 조리법을 자동 설정해주는 ‘인공지능쿡’ 기능이 인상적이었다. 조리된 만두를 시식해 보니 전자레인지로 돌린 것보다 식감이 바삭했다.

물과학연구소에는 정수기 등 물의 맛을 연구하는 ‘워터소믈리에’ 자격을 갖춘 직원들이 있었다. 이병기 책임연구원은 “이제 소비자들도 단순히 깨끗한 물을 넘어서 제조사별 물의 특징과 냄새 등 감성적 요소까지 찾고 있다”며 “안심할 수 있고 맛있는 물을 만드는 방안을 워터소믈리에가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창원=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