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부르는 K콘텐츠
1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열린 ‘2022 INK 콘서트’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K팝 공연을 즐기고 있다. 인천관광공사 제공
영국 런던에서 서울로 2주간 여행 온 리앤 씨(27)는 휴대전화 배경화면이 BTS의 슈가이고 ‘인생 드라마’가 ‘사랑의 불시착’이다. 그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한국 관광지 역시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가 운영하는 박물관 ‘하이브 인사이트’였다. 한국에서 ‘K콘텐츠’를 피부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백화점 점포별로 다른 쇼핑 콘텐츠를 즐기려 명동에서 벗어나 잠실과 강남 코엑스를 연일 찾기도 했다. 그는 “한국 백화점이 런던 해러즈 백화점보다 구경거리가 훨씬 많다”며 “한류를 좋아하고 한국을 여행하는 건 요즘 영국에서 ‘힙한’ 취미”라고 말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K팝을 비롯한 각종 한류 콘텐츠가 한국 관광의 신(新)공식을 쓰고 있다. 팬데믹 이전 국내 관광산업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외국인 단체여행 수요가 아직 저조한 가운데 K콘텐츠와 연계한 관광이 새로운 여행객을 이끌며 회복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 K팝 공연 보러 한국 찾는 해외 팬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8월 외국인 관광객 수는 31만945명으로 지난해 동월(9만7087명)의 약 3배 수준으로 2020년 2월 이후 가장 많았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8월(158만6299명)과 비교하면 20% 수준에 그친다. 부킹닷컴 관계자는 “연내 예정된 블랙핑크 등 인기 K팝 아이돌 콘서트가 해외 관광객을 유입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편의점서 먹방 찍고 서울 핫플로 ‘탈명동’
콘텐츠 중심으로 여행 수요가 바뀌며 명동과 이태원에 쏠렸던 발걸음은 서울 각지로 분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5박 6일 여행을 온 디안 씨(24)는 “SNS에서 본 ‘러버덕’을 보러 명동 대신 잠실을 먼저 찾았다”며 “성수동 카페거리와 청담동도 둘러볼 계획”이라고 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8, 9월 잠실점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배 증가했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의 경우 K팝 관련 팝업 행사로 해외 팬들의 발길을 모으기도 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입국 1일 차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가 이달 해제되는 등 그동안 외국인의 입국을 막던 부담들이 사라지면 앞으로 수요 회복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