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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한국관광법… K팝 공연 즐기고 편의점 먹방

입력 | 2022-10-11 03:00:00

외국인 관광객 부르는 K콘텐츠



1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열린 ‘2022 INK 콘서트’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K팝 공연을 즐기고 있다. 인천관광공사 제공


영국 런던에서 서울로 2주간 여행 온 리앤 씨(27)는 휴대전화 배경화면이 BTS의 슈가이고 ‘인생 드라마’가 ‘사랑의 불시착’이다. 그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한국 관광지 역시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가 운영하는 박물관 ‘하이브 인사이트’였다. 한국에서 ‘K콘텐츠’를 피부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백화점 점포별로 다른 쇼핑 콘텐츠를 즐기려 명동에서 벗어나 잠실과 강남 코엑스를 연일 찾기도 했다. 그는 “한국 백화점이 런던 해러즈 백화점보다 구경거리가 훨씬 많다”며 “한류를 좋아하고 한국을 여행하는 건 요즘 영국에서 ‘힙한’ 취미”라고 말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K팝을 비롯한 각종 한류 콘텐츠가 한국 관광의 신(新)공식을 쓰고 있다. 팬데믹 이전 국내 관광산업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외국인 단체여행 수요가 아직 저조한 가운데 K콘텐츠와 연계한 관광이 새로운 여행객을 이끌며 회복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 K팝 공연 보러 한국 찾는 해외 팬들

10일 하나투어는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K팝 콘서트 연계 패키지 상품에 10월에만 외국인 2000∼3000명이 예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서 1일 인천에서 열린 ‘2022 INK 콘서트’는 관객의 20%가량이 외국인이었다. 롯데월드에 따르면 15, 16일 부산 롯데월드에서 진행되는 ‘BTS 공연 애프터파티(뒷풀이 행사)’ 예매자 중 외국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K팝 콘서트와 연계한 관광상품이 ‘K마이스’의 일종으로 관광산업을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8월 외국인 관광객 수는 31만945명으로 지난해 동월(9만7087명)의 약 3배 수준으로 2020년 2월 이후 가장 많았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8월(158만6299명)과 비교하면 20% 수준에 그친다. 부킹닷컴 관계자는 “연내 예정된 블랙핑크 등 인기 K팝 아이돌 콘서트가 해외 관광객을 유입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편의점서 먹방 찍고 서울 핫플로 ‘탈명동’

최신 한국 관광 트렌드 역시 K콘텐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편의점 등 유통시설이 한국 관광 ‘필수 코스’로 떠오르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베트남에서 온 나마인 씨(33)는 서울을 여행하는 사흘 내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 편의점 먹방’을 찍어 올렸다. 친구들로부터 가장 호응이 높았던 건 매운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비벼 먹고 얼음컵에 블루레모네이드를 담아 마신 영상. 그는 “한국 드라마나 한국 인플루언서 콘텐츠에서 보던 편의점 음식을 체험해 보려고 2년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8, 9월 해외결제수단 이용 건수는 지난해 동기보다 약 40% 증가했다. 컵얼음, 컵라면, 소주 등 SNS 인기 상품이 잘 팔렸다.

콘텐츠 중심으로 여행 수요가 바뀌며 명동과 이태원에 쏠렸던 발걸음은 서울 각지로 분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5박 6일 여행을 온 디안 씨(24)는 “SNS에서 본 ‘러버덕’을 보러 명동 대신 잠실을 먼저 찾았다”며 “성수동 카페거리와 청담동도 둘러볼 계획”이라고 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8, 9월 잠실점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배 증가했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의 경우 K팝 관련 팝업 행사로 해외 팬들의 발길을 모으기도 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입국 1일 차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가 이달 해제되는 등 그동안 외국인의 입국을 막던 부담들이 사라지면 앞으로 수요 회복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