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여성 4명 흑백사진도 전파 타 해커조직 “자유 위해 계속 행동할것” 테헤란 도심 분수 붉게 물들이기도
8일 이란 국영방송에 대한 해킹 공격이 발생해 불길에 휩싸인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모습이 10초가량 송출됐다. 트위터 캡처
3주 넘게 이어지는 이란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가두시위뿐만 아니라 국영 방송 해킹 같은 사이버 시위나 분수를 붉게 물들이는 이벤트형 시위가 등장했다.
8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경 이란 국영방송 채널1 IRIB와 채널6 IRNN 정규 방송 화면 송출이 중단되고 해킹 조직이 만든 영상이 10초가량 전파를 탔다. 하얀 가면을 비추며 시작한 이 영상에는 불길에 휩싸이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머리로 총 가늠자가 조준되는 이미지가 뒤를 이었다.
그 이미지 아래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며 경찰에 체포된 뒤 숨진 채 발견된 마사 아미니(22) 사진을 비롯해 여성 네 명의 흑백사진이 나타났다. BBC는 “(다른 3명은) 시위 강경 진압 과정에서 총격에 숨진 여성들”이라고 전했다. 영상에는 군중이 “여성, 삶, 자유”라고 외치는 소리가 깔리면서 ‘젊은이들 피가 당신 발 앞에 떨어진다’ ‘우리와 함께 일어서자’ 같은 메시지가 자막으로 나왔다.
8일에는 이란 수도 테헤란 도심 분수대 물이 붉게 물든 사진들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붉은 물은 권리를 위해 여성들이 흘린 피를 상징한다”며 “익명의 예술가가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벌인 것”이라고 전했다.
BBC는 “하메네이가 완벽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이란에서 이 같은 반감 표시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라면서 “아미니 사망 이후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경 진압에는 변화가 없다. 이란 쿠르드족 인권단체 헹가우는 이날 이란 북부 쿠르드족 거주 지역 사난다지와 사케즈 등에서 이란 보안군이 쏜 총에 맞아 최소 2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사망자 한 명은 경찰을 향해 자동차 경적을 울렸다가 총에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에는 남성이 경찰에게 “아내가 임신했다. 제발 때리지 말라”고 외치는 동영상도 퍼지고 있다. 노르웨이에 근거지를 둔 이란 인권단체 IHR는 강경 진압으로 8일까지 최소 185명이 숨졌으며 이 중 어린이가 19명이라고 9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