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12개 주요 도시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것을 두고 러시아 군 내부의 강경파의 비판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존심이 더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의 대규모 공습에 대해 △러시아 내 군 비판세력 △러시아가 침공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 △크림대교 폭발 후 상처받은 자존심에 대한 ‘절박한 답변’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선임연구원은 “지금 푸틴이 하는 것은 사소한 복수”라며 “개인적 복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군 수뇌부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해 왔던 람잔 카디로프 체첸 공화국 수장은 최근 공격 이후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우리는 러시아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다고 경고했다. 이제 전쟁 진행에 100%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주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가한 것에 대해 “크림대교 공격을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테러리스트 행동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히면서 크림대교 폭발 사건에 대한 보복조치가 맞다고 시인했다.
그는 “이런 종류의 범죄에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푸틴은 전투 패배로 절박한 상황이며 전황을 유리하게 바꾸려고 미사일 공포를 사용한다”고 맞섰다.
푸틴 대통령이 새 군사령관 세르게이 수로비킨을 임명함으로써 전쟁에서 국방부의 성과에 대한 분노를 줄이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이 말이 사실이라면 수로비킨의 첫 번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와 2020년까지 함께 일했던 전 공군 중위 글렙 이리소프도 “수로비킨은 강경파들을 선호하고 와그너 용병회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그가 매우 잔인한 동시에 유능한 사령관이지만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 평론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러시아 여론은 대규모 공격과 우크라이나 군이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인프라 완전파괴를 원한다”면서 여전히 전면전을 원하는 러시아 내 강경론자들이 공습에 대한 호평을 하는 것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