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25일 저수지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 (평양 노동신문=뉴스1)
특히 북한은 이번에 세계적으로 실전배치 사례가 없는 ‘저수지 내 미사일 발사’도 보여줘 우리 군의 ‘킬체인’ 무력화를 시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전술핵운용부대 훈련을 진행하며 7차례에 걸쳐 다양한 종류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총 12발 쐈다.
전문가들의 이번 연쇄 도발을 우리 군의 ‘3축 체계’ 중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선제적으로 탐지·타격하는 ‘킬체인’에 정면 도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한다.
북한이 지난달 25일 저수지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 (평양 노동신문=뉴스1)
탄도미사일 발사 시간대도 오전부터 야간까지 수시로 달라졌다. 특히 9일엔 오전 1시48~58분에 SRBM을 연이어 2발 쐈다. 북한이 오전 1시 이후 심야 시간대에 미사일을 쏜 건 2019년 8월 이후 이때가 처음이었다.
게다가 북한은 일반적으로 잠수함에서 쏘는 미사일을 내륙의 저수지에서 발사하는 ‘기상천외’한 시도도 했다.
탄도미사일의 수중발사 자체는 기술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으나 정확성과 안전성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선 이를 전력화 사례가 없다. 미국도 1960년대에 해저에 고정형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설치·운용하는 방안을 연구만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복수의 저수지 발사장이 있으며 이들의 건설방향을 확증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저수지 미사일 발사’를 스스로 공개하지 않았다면 “우리 군 당국이 몰랐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이미 한미 정찰 자산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열차형 TEL도 개발·운용 중인 상황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현재 전력으론 북한이 여러 지역에서 다수의 미사일 발사를 준비할 경우 그 사전 정보를 모두 획득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며 “발사 징후를 예단하고 선제타격을 했더라도 북한이 ‘훈련용’ 등으로 주장할 경우 말 그대로 선제타격이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1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이번 ‘저수지 미사일 발사’를 “한미 감시를 회피하기 위한, 또 우리의 ‘킬체인’ 능력을 상당히 의식한 궁여지책(窮餘之策)”이라고 평가하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잠수함에서 발사가 이뤄질 때 무기체계로서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군 소식통 또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는 인공위성 외에도 정찰기, 조기경보기 등을 통해 각종 통신·신호 정보로 파악할 수 있다”며 “우리 정찰·감시 능력은 상당한 수준이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후에도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로 대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방부는 ‘킬체인’ 역량 강화를 위해 △군 정찰 위성 및 중고도 정찰용 무인기 확보 △해상 탐지자산 추가 확보 등의 노력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군은 내년까지 영상레이더·전자광학·적외선 레이더 등을 갖춘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하는 이른바 ‘425’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 후속으론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과 전자광학(EO) 위성을 추가 개발하는 계획도 수립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