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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PF 디폴트’ 2050억원 투자자 손실 우려

입력 | 2022-10-12 03:00:00

강원도, 채권 지급보증 이행 않고
법원 회생절차 추진에 파문 확산
판매 증권사, 법적 대응 등 검토




강원도 산하 공기업이 춘천시 테마파크 레고랜드를 짓는 과정에서 발행한 채무 상환에 실패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이 채권은 지방정부인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했음에도 최종 부도 처리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에서는 향후 유사한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 주관사인 BNK투자증권은 이날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채권단 회의를 열었다. ABCP를 인수한 증권사들은 이날 회의에서 강원도의 보증 미이행에 대응해 법적 소송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20년 GJC는 레고랜드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총 2050억 원 규모의 ABCP를 발행했다. 강원도는 GJC가 이 채권의 만기 상환을 못 할 경우 이를 대신 지급한다는 보증을 섰다. 지난달 29일 이 ABCP의 만기가 왔지만 강원도는 보증 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GJC에 대한 법원 회생 절차를 추진키로 했다. 일단 회사 자산을 매각한 돈으로 대출금을 갚음으로써 보증 부담을 최대한 줄이려는 포석이다.

이런 결정에 따라 레고랜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상당 기간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법원의 회생 결정이 내려지면 수년간의 구조조정 절차가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채권이 일부 탕감되거나 회수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발행된 채권 2050억 원의 대부분은 증권사들이 기업이나 개인의 자금을 모집해 투자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해당 물량을 각각 50억∼200억 원 안팎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손실 우려가 커지자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최근 “보증 채무는 계약대로 이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상환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지자체가 보증한 채권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지자체가 보증을 선 금융상품은 높은 신용등급을 가진 지방정부의 신용 보강 덕에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어 왔지만 앞으로는 투자 성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레고랜드 ABCP처럼 지자체가 신용 보강에 나선 유동화증권은 1조3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