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창업육성회사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용관 대표 “위기 반드시 회복… 도전 계속돼야”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서울 강남구 역삼로에 위치한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사무실에 들어서자 벽면에 파란 점이 그려져 있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블루오션의 출발점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 ‘블루 포인트’(파란 점)라는 단어를 사명에 넣어 2014년 출범한 국내 최대 규모의 액셀러레이터(AC·창업육성회사)다.
이 회사는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9번째 데모 데이(스타트업을 홍보해 투자로 이어지게 하는 행사)를 연다. 오프라인으로는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딥 임팩트’. 소행성 충돌처럼 갑작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 미래의 위기를 스타트업의 혁신으로 막아보자는 취지다. 이 회사 이용관 대표(51)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지금의 어려운 경제 여건 등 위기는 주기적으로 찾아오지만 반드시 회복하게 된다”며 “상황이 힘들다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극초기 스타트업, 그중에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딥테크(Deep Tech)’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회사다. 이 대표 본인이 KAIST 물리학과 박사 출신으로, 두 번의 창업 경험이 있다. 반도체 스타트업 플라즈마트를 창업해 2012년 매각한 후 ‘창업 동지’들이 겪는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테크 특화 AC를 설립했다. 최근엔 신사업을 발굴하려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잇는 일도 활발히 하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디지털, 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 등의 스타트업 255곳에 투자했다. 스타트업은 대개 창업 후 3∼5년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을 넘게 되는데 이 회사가 최근 3년간 투자한 스타트업은 10곳 중 9곳이 생존해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385억3000만 원, 영업이익은 241억7000만 원이다.
어떤 기준과 안목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할까. 이 대표는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가치 있는 일은 언젠가는 수익이 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베팅한다”고 말한다. 그가 가장 눈여겨보는 건 창업가. 창업가의 현실 인식 능력,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수용력,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본다고 한다. 외부 상황으로 인해 아무리 해봐도 안 되는 건 여한이 없지만 창업가의 자질이 부족해 팀이 분열을 일으키는 건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시장 여건이 나쁠수록 지속가능한 생존과 성장 여부가 중요하다고 한다.
“미래, 교육, 주거 등의 영역은 공공이 못 푸는 문제가 많아요. 민간에서 실마리를 마련할 여지가 많거든요. 테크 스타트업은 ‘새로운 장르’를 열 수 있는 기업입니다. 예를 들어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란 우주 스타트업은 저희가 투자할 당시 팀 평균 나이가 21세에 불과했지만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에 자신들이 만든 로켓을 보내겠다는 꿈이 확실했어요. 그렇게 함께 미래를 꿈꾸고 싶습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