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불러보았다’ 著 정회옥 교수 “일제강점기부터 무비판적 수용… 부끄러워도 마주해야 하는 진실”
“인종 차별은 한국에서 최근에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에요. 이미 개화기부터 150년 넘게 우리 사회에 깊게 밴 문제라고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인종 차별이 없는 대한민국’은 소망을 품을 순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역사를 되짚어 봤을 땐 허상에 가깝다. “흑인은 동양인보다 미련하고 백인보다 천하다”, “야만스러운 풍속을 지닌 인디언은 백인들과 겨룰 수 없어지자 스스로 외진 곳으로 물러났다”…. 우리가 자긍심을 가졌던 독립신문에 실린 표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정 교수는 최근 인터넷 등에서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흑형’이란 표현도 “친근함의 탈을 쓴 인종 차별”이라고 짚었다. 그는 “대학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흑형’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90%가 인종 차별이 아니라고 답한다”며 “하지만 백인에겐 ‘백형’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을 떠올려 보면 특정 인종의 집단화가 왜 차별인지 깨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 제목에 별다른 주어가 없는 이유도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인종주의를 돌아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마지막 장에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성적인 얘기도 담았다.
“어릴 때 유난히 까무잡잡했던 저를 친구들은 ‘깜순이’라는 별명으로 불렀어요. 그 어린 마음에도 검은 피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깊이 배어 있었던 겁니다. 그걸 갖고 과연 아이들을 탓할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였던 거죠. 부끄럽더라도 이제는 우리 안의 인종 차별주의를 제대로 들여다보자는 게 제 책의 의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