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출근길에 북한의 핵 위협 노골화에 따른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론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통령으로서 지금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문제는 아니고,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술핵 배치의 본격 검토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윤 대통령 발언은 전술핵 배치에 반대했던 그간 태도에 비춰 보면 향후 대응책을 놓고 깊이 고심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 가능성에 선을 긋지 않은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우리가 핵을 보유하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게 된다”며 반대론을 폈다. 그러면서도 “한미 확장억제가 더 이상 국민을 보호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전술핵 배치나 핵 공유를 요구하겠다”고 했다.
사실 전술핵 배치론은 북핵 위협이 고조될 때마다 제기된 단골 처방이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공포의 핵 균형 원칙에 반론을 제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게 현실이다. 역대 정부도 그 가능성을 타진하면서도 제대로 추진한 적은 없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큰 홍역을 치렀던 한국으로선 전술핵 배치가 낳을 국내외 파장을 넘는 것부터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다만 러시아가 공공연히 핵 사용을 협박하는 신냉전 대결 속에 머지않아 국제 핵질서의 일대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술핵 배치는 그런 상황까지 고려하면서 한미가 조용하고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할 문제다. 섣부른 공론화는 확장억제력에 대한 자신감 상실로, 압도적 대응력 구축을 위한 자강(自强) 의지 부족으로 비칠 수 있음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