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오른쪽)가 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IMF 본부에서 열린 IMF·세계은행그룹 합동 연차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코리아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0.1%포인트 낮은 2.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을 빼면 10년 만에 최저다. 미국 유로존 중국의 내년 성장률도 각각 1%, 0.5%, 4.4%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면서 IMF는 “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무역수지 연간 적자는 사상 처음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로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한 영향을 받아 어제 코스피는 2,200 선이 무너지고, 원-달러 환율은 1430원대로 치솟았다.
IMF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0.2%포인트 낮추면서 이유를 고물가, 중국의 부동산 폭락,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꼽았다.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 통제로 유럽 경제의 어려움도 이어진다는 뜻이다. 내년에 한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들이 모두 심한 침체를 겪고, ‘킹 달러’로 인한 환율 불안과 높은 수입 원자재 가격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에 닥칠 위기의 징후도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적자였던 무역수지는 이달 1∼10일에도 38억 달러 적자를 냈다. 올 들어 누적된 무역적자가 327억 달러로 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연간 적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는 이미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뉴 노멀’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경기침체와 실업률 증가를 감수하고라도 금리를 높이지 않으면 물가, 환율까지 위태로워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는 미중 기술패권 전쟁 틈새에 끼이고,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치이고 있다. 이번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모든 경제 주체가 단단히 마음먹고 어려움을 조금씩 더 감수해야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