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란 혁명’ 주역 석유 노동자들, 반정부 시위 가세

입력 | 2022-10-12 03:00:00

시위 동참 동영상 온라인에 퍼져
“대규모 파업땐 정부 흔들릴수도”
이란 당국은 강경 진압 더욱 고삐




이란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에 에너지 산업 노동자가 처음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경제 생명줄 같은 에너지 분야에까지 시위가 확산되자 당국은 강경 진압 고삐를 더 죄었다.

에너지 산업 노동세력은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히잡 착용 같은 이슬람 전통에서 탈피하려던 팔레비 왕조에 큰 반감을 드러내며 이슬람 원리주의자의 정권 쟁취에 많은 도움을 줬다. 이 노동자들이 시위에 대거 참여한다면 현 정권에 큰 부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로이터통신 AP통신에 따르면 석유 및 천연가스 공업단지 노동자들이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 대학가 중심으로 벌어지는 반정부 시위에 에너지 업계 노동자들이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한 영상에는 남부 아살루예 부셰르 석유화학공업단지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가는 길을 막고서 반정부 시위대가 사용하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담겼다. 이들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가리켜 “알리가 전복될 피비린내 나는 해가 될 것”이라고도 외쳤다. 시아파 고위 성직자를 뜻하는 호칭 ‘아야톨라’ 사용을 거부한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한때 세계 최대 정유단지였던 쿠웨이트 인접 항구도시 아바단에서도 석유산업 노동자들이 일을 멈추고 퇴근하는 동영상이 돌고 있다.

미국 뉴욕을 근거지로 한 이란 인권단체는 ‘석유노동자시위조직위원회’가 발표했다는 시위 동참 촉구 성명을 공개했다. 성명은 “지금은 시위를 광범위하게 펼칠 때다. 전국적이고 힘겨운 파업에 대비해야 할 때”라며 “전국적 시위를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카림 사자드푸르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로이터에 “이란 국내총생산(GDP)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율이 이란 혁명 때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경제 핵심”이라며 대규모 파업이 발생한다면 이란 정부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외신은 시위에 참여하는 노동자 규모가 늘어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당국 진압은 더 거세졌다. 이란 인권단체 헹가우는 이날 쿠르드족 밀집 지역 사난다지와 사케즈, 디반다레에 배치되는 보안군 병력이 늘어났다고 집계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