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
미국의 중국 전략이 질적으로 변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지속되면서 세계 정치에서 강대국 관계가 중대한 변화를 맞고 있다.
옛 소련 해체 후 미국과 중국은 대결보다는 협력을 선택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견제하면서 전략적 대결로 돌아가고 있다. 이는 냉전시대로의 회귀를 뜻한다. 그런데 미중 대결은 단순한 냉전 회귀가 아니라 동양과 서양의 갈등이라는 새로운 진영 대립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중 대결은 강대국 간 상호의존이 충돌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가설을 무너뜨렸다. 냉전 이후 미중은 경제는 물론이고 사회 문화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전례 없이 서로 의존해 왔다. 미중은 주요 2개국(G2)이면서 서로에게 가장 큰 무역 파트너가 됐다. 미중의 상호의존은 이처럼 깊이가 깊었는데도 도널드 트럼프부터 조 바이든 정부까지 미국이 중국에 지속적인 압박 정책을 실시하자 다시 급속도로 전략적 경쟁으로 돌아갔다.
올해는 미중 관계가 회복하는 계기가 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5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 50년은 미중이 화해를 향해 나아간 시기였다. 또 중국이 끊임없이 개방해 글로벌 시스템과 국제사회에 녹아 들어간 50년이었다. 세계의 부가 거대한 성장을 이루고 발전이 축적된 50년이기도 했다. 만약 이 50년의 강대국 관계가 다시 그 이전 형태로 돌아간다면 세계에 어떤 의미가 될까.
먼저 중국의 ‘대국굴기(大國굴起)’가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의 압박과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미국의 중국 정책은 최소한 10년에서 20년은 지속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중국 정책 장기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미중 관계의 ‘투키디데스 함정’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할 대목이다. 신흥 강국에 대한 패권국의 두려움이 전쟁을 낳는다는 이 개념은 여전히 살아 있는 난제다. 대항해시대로부터 지금까지 500년 동안 최소 16개 국가가 대국으로 굴기한 사례가 있다. 이 대국 굴기의 80%가 결국 큰 전쟁으로 귀결됐다.
강대국 간 충돌은 국가 간 전략과 파워게임 산물이지만 이를 부추기는 것은 국내 정치의 극단화라는 점도 되짚어 봐야 한다. 오늘날 미국 국내 정치와 사회 분열이 초래한 비자발적 경쟁 상황이 미국 내 중국 강경 정책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미국은 좌파 우파 중도를 가리지 않고 모두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을 최대의 적으로 설정해 미국 국내 정치의 불안과 분열 책임을 모두 떠넘기고 있다. ‘중국 위협론’을 확산시켜 미국의 사회, 정치적 응집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오늘날 세계 정치에서 강대국 관계는 어느 방향으로 갈지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중국 굴기는 전례 없는 도전과 압박을 받고 있다. 신(新)중국 설립 이후 중국과 미국이 여러 차례 충돌을 일으키긴 했지만 미국의 가장 큰 적수는 옛 소련이었다. 옛 소련 해체 후에도 미국은 러시아를 최대의 전략적 경쟁 적수로 봤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중국을 최대의 전략적 적수이자 잠재적 위협 요소로 확고히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중국이 직면한 전략적 위험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과학적이면서 객관적이고 냉정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국의 ‘대국굴기’가 역사적 프로세스 위에서 안정적으로 진행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동아시아 각국은 안정적이고 통제 가능한 미중 관계가 동아시아 지역 안보와 경제 발전에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장기화할 미중 양국의 전략적 경쟁에서 단순하게 미국에 ‘올인(다걸기)’하는 것은 결코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