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의 후굴 동작 자세.
서여진 맥킨지코리아 변호사·요가지도자
이 세상에는 크게 두 부류 사람이 있다. 요가 수련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요가 수련을 하지 않는 사람 또한 둘로 나뉜다. 아예 생각도 없는 사람과 생각은 있는 사람. 건강에 좋다고 하니 관심은 있는데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못해서’ 부끄럽다는 경우가 많다. 살을 빼기 위해 수영을 하고 싶으나 수영복을 입으려면 다이어트부터 해야 한다는 이치와 같다. 하지만 요가 구루만 할 수 있다는 아슈탕가 6번째 시리즈도 바르게 선 기본자세에서 들숨에 양손을 모아 위로 뻗어 올리며 시작한다.
잘하려고 하면 세상 모든 일의 시작도 지속도 어렵다. 어느 날 문득 나의 독서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함을 느꼈다. 계약서, 법률의견서, 판례나 관련 기고문만 보다 보니 기본 시사, 인문학 상식이 빈약했다. 상식의 빈약은 사고, 인지의 퇴화로 이어진다. 신체 노화 방지를 위해 요가를 수련하듯, 뇌를 위한 요가인 독서를 해야겠다 싶었다. 과학 발전과 철학적 사색을 엮어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집어 들었다. 내가 그래도 변호사이고 더 어려운 글도 읽는데 이 정도 책은 읽어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머리말만 몇 번 반복해 읽다가 치웠다. 너무 두꺼웠다. 재미가 없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경쟁하고 평가받는다. 그러다 보니 뭘 해도 ‘잘’ 하지 못하면 창피하다. 직장 회의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못할 바에는 가만히 있는다. 좋아요 수백 개를 받지 못할 바에는 글을 안 올리고 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보는 화려한 자세가 안 나오면 요가를 그만두고 싶다. 그런데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내가 회의에서 낸 허접한 의견, 무플 포스팅, 혼자만 낑낑대서 없어 보이는 요가 자세는 나만이 곱씹는다. 의식적으로 종종 되새기자. ‘타인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일도 요가도 독서도 인간관계도 힘 빼고 쉬운 것부터 해보자. 요가 유튜브 동영상을 따라하거나 근처 요가원에 등록해 출석해 보면 된다. 한 달이면 습관이 생기고 반년이면 새로운 인생 태도가 형성될 수 있다. 나는 코스모스 책은 와인 잔 받칠 때 쓰고, 10분 안에 한 단원 끝낼 수 있는 가벼운 에세이 책을 읽고 있다.
서여진 맥킨지코리아 변호사·요가지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