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한국경제]
前경제수장-학자 6인의 진단

“현재의 복합위기는 한국경제가 장기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는 전환점이다. 중국의 역할이 사라지면 한국의 수출 주도 성장은 멈춰서고 구조적으로 저성장 시대에 들어설 것이다.”(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에너지 위기로 인해 전 세계로 인플레이션이 확산됐고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위험이 현실화됐다. 실물경제 충격이 훨씬 커질 수 있는 단계다.”(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한국경제를 책임졌던 전직 경제 수장들과 주요 경제 관련 학회장들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 복합 경제위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제2의 외환위기’에 대해선 “가능성이 적다”고 선을 그었다.
○ “중국경제 둔화가 경기침체 요인”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동안 한국 경제성장의 주요 축이던 중국경제 둔화가 큰 위험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박 전 총재는 “그동안 크게 늘었던 대(對)중국 수출이 올 들어 감소했다”며 “20∼30년간 성장과 물가 안정을 위한 엔진이었던 중국경제가 앞으로는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국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대중 수출이 줄면서 국내 경제성장의 내수 의존도가 높아지고 중국산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과거와 같은 저물가 혜택을 누리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조언도 이어졌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와 성장, 국제수지는 ‘트레이드 오프(상충관계)’로 동시에 이루기 어려운데 정부는 이 세 가지를 다 잡는 정책조합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만큼 환율 안정에 정책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2.8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435.2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선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김연성 차기 한국경영학회장(인하대 경영학과 교수)은 “정부 정책이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관리가 되지 않는 변수에 신속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며 “국내 대기업이나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 원 이상인 비상장기업) 등의 의견을 듣고 움직임을 공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 “위기 충격, 미국 금리 인상 속도에 달려”

김홍기 국제경제학회장은 “환율이 급등하는 것이 외환위기는 아니다”라며 “환율 급상승 요인이 미국의 금리 상승이기 때문에 현재 복합위기가 국내 경제에 미칠 충격은 미국이 얼마나 빠르게 금리를 인상할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외환보유액이 적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예치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4%로, 한 달 새 0.7%포인트 감소했다. 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예치금이 37억1000만 달러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외환보유액 중 국채 등 유가증권도 8월 말보다 155억3000만 달러 감소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세종=서영빈 기자 suhcrates@donga.com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