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사망자만 30명 달해… 전년부터 급증… 올해 사고 15건 조류 강해 추락 후 구조 어려워… 안전 시설물 설치 필요성 절실 대교 전체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인천 연수구와 중구 영종도를 잇는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인 인천대교 전경. 최근 인천대교에서 투신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2009년 개통한 인천대교는 인천 연수구와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중구 영종도를 잇는 길이 21.38km의 다리다.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로, 하루 약 5만 대의 차량이 오간다.
하지만 인천대교에서 최근 5년간 40건이 넘는 투신 사고가 발생해 30명이 목숨을 잃었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사고가 급증하고 있어 유료도로 운영을 맡고 있는 인천대교㈜ 순찰 강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끊이지 않는 인천대교 투신 사고
지난달 30일 오전 4시 19분경 인천 중구 인천대교 위에서 “갓길에 있는 차량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내용의 신고가 해양경찰에 접수됐다. 해경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차량엔 아무도 없었다. 해경은 차량 안에 있던 신분증을 바탕으로 운전자가 30대 남성 A 씨였던 것을 확인했다. A 씨가 바다로 추락했을 것으로 보고 수색에 나섰고 결국 다음 날 인근 방조제에서 A 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올 7월 15일에는 20대 여성 B 씨가 인천대교 위에 차량을 두고 바다로 추락했다가 구조됐지만 끝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이 해양경찰청과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이달 1일까지 인천대교에서는 모두 41건의 투신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30명에 달했다. 사고는 지난해 11건에 이어 올해도 15건 발생하는 등 지난해부터 두 자릿수로 급증하는 추세다.
인천대교는 사람의 보행 진입이 불가능해 차량만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운전자가 차량으로 진입한 후 대교 위에 차량을 두고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 추락 후에는 조류가 강한 서해 특성상 구조도 쉽지 않다.
인천해양경찰서 관계자는 “추락 징후가 보이면 구조대가 즉시 출동하지만 추락 후에는 바다의 조류가 세고, 물이 탁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구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 “사고 방지 미흡, 특단 대책 필요”
인천대교에는 24시간 다리 위를 감시하는 폐쇄회로(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고, 주정차 차량이 있으면 즉시 비상 방송이 나오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투신 사고가 잇따르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대교와 마찬가지로 투신 사고가 잇따르던 서구 경인아라뱃길 시천교의 경우 인천시가 지난해 1월 난간 높이를 기존 1.4m에서 2.8m로 높이고 난간 상부에 회전 롤러를 설치하는 등 추락 방지 대책을 마련한 뒤로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천대교의 경우 다리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추가 구조물 설치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인천대교㈜ 관계자는 “추락 방지 시설물도 검토는 하고 있지만 시설물이 바람, 하중 등 대교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며 “유관 기관과 계속해서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는 등 사고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