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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정재락]3개월간 ‘행정 진면목’ 펼친 울산시장

입력 | 2022-10-12 03:00:00

정재락·부울경취재본부장


7일 오후 11시경 울산 남구 달동의 한 건물 3층 ‘이동 노동자 쉼터’. 지난달 28일 문을 연 이 쉼터에서는 10여 명이 음료수를 마시며 쉬고 있었다. 대리운전과 택배, 퀵서비스 기사, 학습지 교사 등 이동 노동자들을 위해 울산시가 마련한 쉼터다. 안마의자와 음료수가 비치돼 있으며 간단한 음식도 먹을 수 있게 전자레인지도 갖추고 있다.

이 쉼터는 김두겸 울산시장의 공약 가운데 하나. 개소식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의 울산 대표도 참석해 축하했다. 대리운전 기사 A 씨(56)는 “쉼터가 없었을 때는 편의점이나 도로변을 서성이며 콜을 대기했는데 쉼터가 생겨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개소식에서 “눈과 비, 추위와 더위 속에서 제대로 쉴 공간 하나 없이 고생하는 이동 노동자를 볼 때마다 가졌던 미안했던 마음이 조금 해소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 울주군 두서면 복안천. 이 하천은 지난달 태풍 ‘힌남노’뿐만 아니라 2016년의 ‘차바’, 2006년의 ‘에위니아’ 등 태풍이 울산을 지날 때마다 범람해 인근 농경지를 침수시켰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힌남노’ 직후 방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피해 내역을 조사하고 중앙 합동피해조사단이 울산을 방문하도록 해 이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받았다. 홍수 방지사업은 물론이고 피해 주민들에게는 지방세 면제 등 30여 개의 혜택이 주어진다. 특별재난지역은 “최선을 다해 피해 주민을 보상하라”는 김 시장의 특별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울산시의 기업체 지원도 적극적이다. 울산시 5급과 6급 공무원 2명은 지난달 7일부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으로 출근해 전기차 공장 건립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에 특혜를 줘서라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김 시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다. 현대차는 이들 공무원의 도움으로 통상 3년 이상 소요될 인허가 절차를 1년 미만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민선 8기 울산시장 취임 하루 전인 6월 30일. 울산시청사거리 바로 옆의 시청 광장 초록원에 설치된 대형 광고탑이 중장비로 철거됐다. 이 광고탑은 민선 7기 때인 지난해 4월 1억5000만 원을 들여 설치했다. 설치 당시 ‘억지 홍보를 위한 광고탑’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민선 8기 울산시장직인수위원회는 김 시장 취임 하루 전에 이 광고탑을 철거토록 했다.

김 시장은 취임 3개월 동안 개발제한구역 해제 추진과 현대자동차 전기차 공장 유치 등 굵직한 일도 많이 했다. 이와 함께 이동 노동자와 농민, 일자리 창출 등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분야에도 눈길을 돌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매달 발표하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직무수행평가에서 김 시장은 지난달 2위로 전달에 비해 한 계단 올랐다. 광역시장 부문은 지난달 1위였다. 전임 울산시장이 만년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것과 대조적이다. 자치단체장은 현안 문제 해결과 먹거리 발굴 능력도 중요하지만 시민을 위한 행정을 묵묵히 펼치면 시민들이 먼저 알아본다는 것을 이 여론조사가 보여준 게 아닐까. 굳이 광고탑을 설치해 억지 홍보를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정재락·부울경취재본부장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