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락·부울경취재본부장
7일 오후 11시경 울산 남구 달동의 한 건물 3층 ‘이동 노동자 쉼터’. 지난달 28일 문을 연 이 쉼터에서는 10여 명이 음료수를 마시며 쉬고 있었다. 대리운전과 택배, 퀵서비스 기사, 학습지 교사 등 이동 노동자들을 위해 울산시가 마련한 쉼터다. 안마의자와 음료수가 비치돼 있으며 간단한 음식도 먹을 수 있게 전자레인지도 갖추고 있다.
이 쉼터는 김두겸 울산시장의 공약 가운데 하나. 개소식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의 울산 대표도 참석해 축하했다. 대리운전 기사 A 씨(56)는 “쉼터가 없었을 때는 편의점이나 도로변을 서성이며 콜을 대기했는데 쉼터가 생겨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개소식에서 “눈과 비, 추위와 더위 속에서 제대로 쉴 공간 하나 없이 고생하는 이동 노동자를 볼 때마다 가졌던 미안했던 마음이 조금 해소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 울주군 두서면 복안천. 이 하천은 지난달 태풍 ‘힌남노’뿐만 아니라 2016년의 ‘차바’, 2006년의 ‘에위니아’ 등 태풍이 울산을 지날 때마다 범람해 인근 농경지를 침수시켰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힌남노’ 직후 방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피해 내역을 조사하고 중앙 합동피해조사단이 울산을 방문하도록 해 이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받았다. 홍수 방지사업은 물론이고 피해 주민들에게는 지방세 면제 등 30여 개의 혜택이 주어진다. 특별재난지역은 “최선을 다해 피해 주민을 보상하라”는 김 시장의 특별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민선 8기 울산시장 취임 하루 전인 6월 30일. 울산시청사거리 바로 옆의 시청 광장 초록원에 설치된 대형 광고탑이 중장비로 철거됐다. 이 광고탑은 민선 7기 때인 지난해 4월 1억5000만 원을 들여 설치했다. 설치 당시 ‘억지 홍보를 위한 광고탑’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민선 8기 울산시장직인수위원회는 김 시장 취임 하루 전에 이 광고탑을 철거토록 했다.
김 시장은 취임 3개월 동안 개발제한구역 해제 추진과 현대자동차 전기차 공장 유치 등 굵직한 일도 많이 했다. 이와 함께 이동 노동자와 농민, 일자리 창출 등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분야에도 눈길을 돌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매달 발표하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직무수행평가에서 김 시장은 지난달 2위로 전달에 비해 한 계단 올랐다. 광역시장 부문은 지난달 1위였다. 전임 울산시장이 만년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것과 대조적이다. 자치단체장은 현안 문제 해결과 먹거리 발굴 능력도 중요하지만 시민을 위한 행정을 묵묵히 펼치면 시민들이 먼저 알아본다는 것을 이 여론조사가 보여준 게 아닐까. 굳이 광고탑을 설치해 억지 홍보를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정재락·부울경취재본부장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