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완공한 SK넥실리스 5공장 르포 머리카락 두께 1/30 수준의 얇은 구리막 5·6공장 완공으로 연 5만t 생산규모 확대 동남아·유럽·북미 증설로 3년뒤 25만t
SK넥실리스 관계자들이 정읍공장에서 생산한 동박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0년 동박사업을 인수한 SKC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SKC 제공
11일 오후 전북 정읍시 SK넥실리스 5공장. 지름 3m, 길이 2m 크기의 드럼통 22대가 제각기 뱅글뱅글 돌며 노란빛의 얇게 편 구리막을 만들고 있었다. 배터리 소재인 동박이다. 3박 4일 동안 돌돌 말아 최장 77km 길이로 완성한 롤은 무게가 6t에 달한다. 이를 무인 운반차가 창고로 실어 나르면 천장의 크레인이 집어 올려 열맞춰 나열한다. 버튼 한 번으로 기계가 알아서 척척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김승민 SK넥실리스 DT담당은 “5공장은 자동화율이 높고 공정이 안정적이어서 사람의 손길이 거의 필요 없다”고 말했다.
동박 생산 세계 1위 업체인 SK넥실리스는 지난해 6월 연간 생산량 9000t 규모의 5공장을 준공하고 그 해 하반기(7~12월)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올 1월 완공한 6공장(연산 9000t)도 상반기(1~6월) 가동에 나서며 정읍 공장의 생산능력은 기존 3만4000t(1~4공장)에서 5만2000t으로 확대됐다. 동박 5만 t이면 전기차 150만~20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물량이다.
고객사의 공정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길이와 넓이 역시 중요하다. 그만큼 롤을 덜 교체해도 되고 같은 시간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이 늘어난다고 한다. 전상현 SK넥실리스 생산본부장은 “고객사 요구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게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소개했다. SK넥실리스는 동박업계 처음으로 고객사와 협력해 만드는 전용라인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고객사 수요에 최적화한 고품질 동박을 확보해 공정 수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SK넥실리스의 정읍공장 전경. 왼쪽 회색 지붕의 두 건물이 2020년 SKC가 동박사업을 인수한 후 지난해와 올해 각각 완공한 5, 6공장이다. SKC 제공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는 “국내에서 공장을 성공적으로 증설하고 조기가동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해외는 더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최근 유럽 등 신규 고객사와의 장기 계약도 논의 중이고 공장을 둘러본다고 현장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북미 지역은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 보호무역으로 역내 수요가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요즘 동박 시장을 보면서 마치 미국 서부 개척시대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앞으로 가져갈 수 있는 땅들이 널려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가 이런 기회를 가진 적이 많지 않다”며 “기회를 잘 살려 글로벌 기업으로서 더 성장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