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국, 유엔인권이사회 첫 낙선…北인권 외면 탓 지적도

입력 | 2022-10-12 11:55:00


한국이 예상을 깨고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연임에 실패했다. 인권이사회가 2006년 설립된 이후 한국이 이사국에 도전했다 낙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4개국을 정하는 선거에서 한국은 123표로 5위에 그쳐 낙선했다.  이날 2023~2025년 임기의 아시아 지역 국가에 할당된 4개 이사국 자리를 놓고 한국과 방글라데시, 몰디브, 베트남 등 8개국 이 경쟁을 벌였다. 

선거 결과 방글라데시가 회원국 193개국 중 160표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이어 몰디브가 154표, 베트남이 145표, 키르기스스탄이 126표로 한국을 앞섰다. 한국 다음으로는 아프가니스탄(2표), 바레인(1표), 몽골(1표)였다.  

총 47개국 이사국으로 구성된 인권이사회는 아프리카 13개국, 아시아 13개국, 중남미 8개국, 서유럽(북미 포함) 7개국, 동유럽 6개국 등 대륙별 배분 원칙에 따른다. 임기는 3년으로 연임한 나라는 1년을 쉬어야 그 다음 이사회 선거에 다시 나설 수 있다.

한국은 2006~2008년, 2008~2011년, 2013~2015년, 2016~2018년, 2020~2022년에 총 5번 이사국을 맡았다. 두 차례나 연임에 성공했지만 세 번째 연임에는 실패한 것이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2006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기구였던 인권위원회에서 개편돼 설립된 이래 한국이 선거에서 낙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이사회는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와 더불어 유엔의 핵심 이사회로 꼽힌다. 북한인권결의안부터 최근 중국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도 인권이사회에서 논의됐다.  

한국의 낙선 배경에 대해 뉴욕 주유엔대표부나 외교가에선 한국이 14개에 달하는 이사회 선거 캠페인을 동시에 진행하느라 인권이사회에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선거, 경제사회이사회 이사국 선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이사국 선거 등을 동시에 치렀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보통 한 번에  4, 5개 선거에 나가는데 올해는 유독 많았다”고 말했다. 14개선거 진출은 지난해 말 문재인 정부 당시 유엔분담금 9위 국가로서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14개 선거 중 현재까지 10개 선거에서 원하는 자리를 얻은 상태다. 

일각에선 한국이 북한 인권을 비롯해 중국 신장 위구르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 사회문제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국제 사회의 신뢰를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 참여를 거부했다. 2020년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사살 돼 유엔에서도 비판 여론이 일었지만 적극 공론화에 나서야 할 한국이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에서 또 다시 빠져 논란이 일었다. 이어 대북전단 금지법을 강행 처리로 유엔 인권사무소로부터 지적을 받았고,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추진될 때에도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강력히 반대한 바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