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러 미사일 공습에 우크라 방공망 한계…서방 지원 방안 도출 주목

입력 | 2022-10-12 12:06:00


최근 러시아군의 대규모 미사일 공습이 이어지면서 이를 방어할 우크라이나군의 방공망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제한된 대공방어시스템 지원만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역을 모두 커버할 수 없다는 점이 무기를 지원할 서방의 고민 지점이다.

이에 따라 서방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회의와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 등 연속된 회의체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방어 역량 확충을 위한 충분한 방공무기 지원 방안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미국은 가까운 시일 내 우크라이나에 첨단 지대공방어시스템(NASAMS) 2기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ASAMS는 사거리 160㎞에 이르는 중단거리지대공미사일방어시스템이다. 노르웨이와 미국 방산업체가 공동개발했다. 사거리 범위 안으로 향하는 탄도·순항미사일·무인기 공격 등의 방어가 가능하다. 원하는 전략거점 방어를 위해 이동시켜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흑해 전략요충지 뱀섬(즈미니이섬) 방어 등을 위해 NASAMS 등 대공방어시스템이 절실하다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지원을 요청했다. 7월 빈니차 쇼핑센터 공습 등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 때마다 NASAMS 지원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해당 제조사인 레이시온사로부터 NASAMS를 구매해 제공해야 하는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며 실제 지원까지 시일이 걸린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던 차에 러시아가 크름대교 폭발에 따른 보복으로 우크라이나 12개 도시에 동시 다발적인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감행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첨단 방공시스템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방어에 필요한 무기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첨단 방공시스템은 NASAMS를 의미한다. 미국은 총 8기의 NASAMS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연내 우선 2기를 우크라이나에 인도한 뒤, 나머지 6기는 장기적으로 순차 인도한다는 계획이다.

미 국방부와 방산업체 관계자는 “미국이 앞으로 2개월 안에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는 NASAMS 2기와 달리 나머지 6기의 최종 인도까지는 최소 1년 6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필립 브리드러브 전 나토 공군사령관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는 제한된 방공망을 통해 러시아 공격헬기 등의 공격은 비교적 효과적으로 대응해왔다”면서 “하지만 대규모 인구 밀집지역, 인프라 시설을 겨냥한 순항·탄도미사일 방어에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미 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러시아 군사전문가 마이클 호프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의 효과적 방어를 위해서는 다양한 고도와 다양한 위협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도록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NASAMS는 그 중 하나의 방어 수단”이라고 진단했다.

국제사회는 전쟁 발발 이후 다양한 형태의 방공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왔다. 슬로바키아는 러시아 대공미사일 체계인 S-300을 제공했다. 독일은 자국 기술의 중거리 방공시스템 IRIS-T 4기 공여 계획을 밝혔고, 그 중 1기는 우크라이나군에 곧 인도될 예정이다.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독일이 약속한 4기의 IRIS-T 시스템 가운데 1기는 수일 안으로 우크라이나에 인도될 예정이며, 나머지 3기는 내년 중으로 제공을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또 대공자주포 게파르트(Gepard) 3대와 탄약 1만발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추후 순차적으로 50대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게파르트 대공자주포는 레오파르트 전차대 위에 35㎜ 포를 갖추고 있다. 저공 침투하는 항공기와 드론 방어에 효과적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아스피데 2000 지대공 미사일을 기여해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훈련 중에 있다. 아스피데 2000은 사거리 약 25㎞의 중저고도용 방공무기체계다. 우크라이나는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SA-11 Buk를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폴란드·영국은 다량의 휴대용지대공미사일(MANPADS·맨패즈)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기술체계 기반의 S-300 운용을 위한 예비 부품을 서방으로부터 제공받았다.

유럽 주둔 미 육군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 예비역 중장은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중요 기반 시설 뿐만아니라 민간인을 상대로 다량의 미사일과 로켓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국제사회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한 더 많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 하원 군사·정보위원회 소속 엘리사 슬롯킨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미 약속한 방공망 기여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며 “미사일 방어를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 외에) 패트리엇 포대를 추가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를 두 차례 열어 구체적인 무기 지원 방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12∼13일 브뤼셀에서 나토 국방장관회의가 예정돼 있다. 같은 기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주재로 45여개국 국방·군수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도 개최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속된 두 회의체에서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효율적인 무기체계와 함께 군사적 효용성, 지원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중점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푸틴의 대량학살 공격으로부터 우크라이나 국민과 육해공을 완전히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수석 연구원 저스틴 브롱크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러시아 공습으로부터 완전히 보호할 수 있는 방공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면서 “민간인 보호지역과 주요 전선 사이의 우선 순위에 따라 균형있게 배치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