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7개 수산양식단체가 12일 오전 한국전력공사 제주본부 앞에서 전기요금 인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0/12/뉴스1
제주시 구좌읍에서 3000평 규모의 광어 양식장을 운영하는 이윤수 한국광어양식연합회장은 전기요금으로만 한 달에 3500만원을 납부한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달부터는 4000만원이 넘게 찍힌 고지서를 받아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1500평 규모의 도다리 양식장을 운영하는 김한영씨 사정도 마찬가지다. 전기요금 인상 전 한 달 1200만원 수준이던 전기요금은 이달부터 15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기 펌프, 산소공급 장치, 냉동창고 등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설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양식업 특성상 전체 생산비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율만 최대 30%를 넘나든다.
오동진 제주도전복양식산업연합회장은 “20여 년간 양식장을 운영하며 이렇게 큰 폭으로 전기요금이 오른 적은 처음”이라며 “전기세 인하나 지원 없이 생산비가 늘어난다면 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윤수 회장은 “결국 생산비가 오르면 소비자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지만, 수입 수산물과의 가격 경쟁력을 생각하면 무턱대고 올릴 수도 없다”며 “생산 중단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2022.9.30/뉴스1
양식업계는 모든 소비자 전기요금이 1kWh(킬로와트시)당 7.4원으로 동일하게 인상됐더라도 인상폭으로 따지면 1차 산업 종사자들이 받게 되는 충격이 훨씬 크다고 주장한다.
한전에 따르면 수산물양식업은 ‘농사용을’ 전력을 사용한다. 농사용을 전기의 인상 직전 단가는 1㎾h당 39.8원으로, 인상률은 18.6%를 기록했다. 상승률이 10% 초반대에 그친 산업용·일반용 전기보다 인상폭이 커 전기세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한달에 수백만원이 넘는 전기세 인상을 맞닥뜨린 도내 7개 수산양식단체는 12일 한국전력공사 제주본부를 찾아 건의문을 전달했다.
단체와 만난 강명구 한전 제주본부 기획관리실장은 “제주의 경우 농사용 전기 사용량이 전체의 26% 이상을 차지해 3~4%에 그치는 전국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연말이면 한전 적자가 30조원까지 늘어나는 등 어려움이 크다. 충분한 협의 없이 인상하게 된 점은 죄송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는 육지와 달리 계통이 분리돼 있어 단가가 훨씬 비싸다”며 “1차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 대해 본사를 통해 산업부에 건의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