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러, 크름대교 폭발 용의자 8명 체포…“우크라 정보당국이 배후”

입력 | 2022-10-12 17:25:00


러시아가 크름대교 폭발 사고 관련 용의자 8명을 체포해 구금 중에 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는 이날 성명을 통해 크름대교 폭발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러시아인 5명, 우크라이나·아르메니아인 3명 등 총 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FSB는 합동조사위원회와 공동 조사를 벌인 결과 크름대교 폭발 배후자로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 요원들을 지목했다고 밝혔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일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합동조사위원회 위원장의 보고를 받은 뒤 크름대교 폭발을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이 벌인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다.

합동조사위는 폭발물을 탑재한 화물 트럭이 지난 8월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를 출발해 불가리아·조지아·아르메니아를 거쳐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시(市)에 유입된 것으로 잠정 결론 짓고 관련 용의자를 수색해왔다.
용의자들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22t 가량의 폭발물을 탑재한 화물 트럭이 지난 8일 오전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시에서 크름대교 수색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고 합동조사위는 판단하고 있다고 타스 통신은 보도했다.

크름대교는 흑해와 아조우해를 연결하는 케르치 해협에 놓여진 19㎞ 구간의 다리다. 복선 철도교와 왕복 4차선 도로교로 구성돼 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름반도 강제 병합 당시 본토와의 연결을 위한 전략적 목적으로 건설했다.

러시아 군이 동부 돈바스-남부 헤르손-크름반도 사이의 육로 회랑을 가능케 한 것도 전부 크름대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다리를 통해 각 전선으로 병력과 보급품이 전달된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 도로교 개통 당시 직접 트럭을 몰고 크름대교를 건넜고, 이듬해인 2019년 철도교 개통식도 참석하며 직접 챙겼다. 크름반도는 ‘푸틴의 성지’, 크림대교는 ‘푸틴의 자존심’으로 불려온 이유다.

1954년 우크라이나 출신 소련 공산당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가 크름반도를 우크라이나 소비에트공화국에 양도했고, 이것이 단초가 돼 1991년 소련 해체 당시 우크라이나에 편입된 것이라는 게 푸틴 대통령의 확고한 인식이다.

푸틴 대통령은 크름반도의 우크라이나 양도를 “역사적 재앙”이라며 2014년 강제 병합의 명분으로 삼았다. 크름대교는 러시아 영토로의 완전한 편입을 대내외에 알리는 역사적 상징물로 여겨왔다.

크름대교 폭발 사건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14개 도시에 동시 다발적인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것이 ‘푸틴의 자존심’ 회복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한편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탈환 작전에 비판적이었던 러시아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수세에 몰린 전쟁 국면을 뒤집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