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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같은 외관에 대형트럭 2대 파워… 50도 언덕길 가볍게 올라

입력 | 2022-10-13 03:00:00

美 디트로이트서 타본 GM ‘허머EV’



제너럴모터스(GM) 산하 GMC 브랜드에서 2021년 공개한 오프로드 풀사이즈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허머EV’는 외형부터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내뿜는다. 내부 인테리어는 디스플레이와 대시보드, 에어컨 등을 각진 형태로 만들어 거칠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디트로이트=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확실히 다르다. 이거 물건이다.”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보고 한 말이다. 그가 반한 차량은 GM의 ‘허머EV’. 자동차인지 전차인지 헷갈릴 만큼 디자인부터 남다른 허머EV를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GM 밀퍼드프로빙그라운드(테스트드라이빙센터)에서 시승했다.

허머EV는 마주하는 순간부터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첫 느낌은 “세 보인다”였다. 전장 5507mm, 전폭 2380mm, 휠베이스 3445mm다. 5m가 넘는 대형 프리미엄 세단보다 더 길다. 전폭은 다른 차량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넓어서 주차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외관은 전체적으로 박스형 느낌의 직선 라인이었다. 각진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강하다’는 이미지와 함께 SF 영화에 딱 어울리는 미래지향적인 느낌도 가득했다.

보닛을 열자 수납공간(트렁크)이 나왔다. 차체가 높고 배터리를 낮게 깔면서 기존 보닛 부분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한 것이다. “앉아서 사진 찍어도 좋다”는 GM 관계자의 설명에 살며시 뛰어올라 앉아 봤다. 보닛 트렁크에 앉은 느낌은 신선했다.

실내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모든 분위기를 좌우했다. 직각 형태의 계기판과 디스플레이는 대시보드와의 일체성을 추구하지 않고 독보적으로 멋을 뽐냈다. 양쪽의 에어컨은 게임 콘솔을 세워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네모난 화면과 버튼이 달린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실내였다.

허머EV에는 레벨3 수준의 슈퍼 크루즈 반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됐다. 출력은 무려 1000마력에 달한다. 대형 트럭 2대의 힘을 낸다고 볼 수 있다. 1회 충전으로 329마일(약 529km, 북미 기준)을 갈 수 있다. 출력이 어마어마해서 허머EV를 전기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교외에 오두막을 한 채 만들고 전기 설비는 설치하지 않는다. 그 대신 허머EV의 배터리 외부 출력 기능을 활용해 오두막에 전기를 돌게 한다. 여러 가정이 며칠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을 갖췄다고 한다.

주행 성능은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한다는 말이 어울렸다. 진흙길, 자갈길, 움푹 팬 도로뿐 아니라 50도 이상의 언덕길도 거침없이 달렸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밟는 대로 치고 나갔다. 큰 체구의 차량이 이렇게 부드럽게 주행을 할 수 있나 싶었다.

허머EV는 전후방과 측면 등에 카메라를 여러 개 달아 차량 주변을 대부분 살필 수 있다. 차량 아래에도 카메라가 있어 아래도 살펴볼 수 있다. 주행 중에 진흙이 카메라를 가렸는데, 워셔액이 나오더니 카메라를 청소했다.

평지에서는 승차감이 좋은 SUV를 모는 느낌이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초 정도 걸렸다. 특히 허머EV는 4개의 바퀴가 따로따로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어느 차량에도 없는 기능인데, 이른바 ‘크랩워킹(Crab Walking)’이 가능하다. 게가 움직이는 모습처럼, 스케이트를 타듯 차량이 길에서 미끄러지는 듯 주행을 한다. 차가 옆으로 미끄러지는 데도 앞으로 가고 있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거대한 차량이지만 주행 중 장애물을 만났을 때, 크랩워킹 기능을 사용해 옆으로 움직인 뒤 장애물을 피할 수 있다. 빗길이나 눈길 등 미끄러짐이 심한 길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실내 루프는 개폐가 가능했다. 운전자와 보조석, 뒷자리 등에서 수동으로 루프를 열 수 있다. 허머EV가 한국 시장에 출시될지는 미지수다. 수입 업체를 통해서 한국에 들여올 수는 있다. 다만, 주차가 걱정이다. 허머EV의 미국 출시 가격은 8만6200달러(약 1억2300만 원)가 넘는다.



디트로이트=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