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세종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주인공은 어느 날 자신이 벌레로 변한 모습에 소스라친다. 주인공은 인간관계망으로부터 점차 멀어지며 결국 쓸쓸한 죽음을 맞는다. 가슴 먹먹한 개인의 외로움을 비인간적 변신이라는 극단적 형태를 빌려 표현한 소설이다.
철학자 헤겔에 따르면 우리는 사회 속에서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인지 불행한 의식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고독한 운명을 타고났다. 하지만 타인과 관계를 맺고 관심과 이해 속에서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이 있듯이 대중 속의 개인이 현대사회에서 애착 관계 형성에 실패하면 고립무원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대인의 외로움은 행복을 잠식하는 위험요소로 대두되고 있고, 서구와 일본은 정부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영국은 2018년부터 ‘외로움 대책’을 주관하는 부처와 각료를 두고 ‘외로움 저감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자국 인구의 약 14%인 900만여 명이 외로움에 시달리며 이로 인해 약 320억 파운드(약 50조 원) 상당의 경제적 손실을 입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신생 계획도시인 세종시는 주로 이주 인구로 구성됐다. 사회적 관계망과 유대가 다른 지역보다 낮고 1인 가구 비율도 높아 많은 시민들이 외로움에 노출돼 있을 개연성이 높다.
이에 세종시는 ‘외로움 해소 정책(Anti-loneliness Policy)’을 시행하고 있다. 충남대 의과대 협조로 설립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우울증, 자살예방 등 정신건강 돌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임상 수준에서 외로움을 다룰 수 있는 기초 인프라가 구비되어 있는 셈이다.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선 거리낌 없이 외로움을 호소하고 상담을 받아 사회적 관계망에 복귀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선 임상적 수준을 넘어 입체적(cross-cutting) 수준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사회·경제·문화적 사업을 꾸준히 개발하고, 외로움 해소의 관점에서 제반 정책과 사업을 개선하거나 보완해야 한다.
세종시는 외로움 해소 전략을 통해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고, 외로움이라는 현대사회의 새로운 도전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시금석으로 삼고자 한다.
최민호 세종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