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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고향에선]“함께 운동하니 건강 좋아져”… 화순군 마을 주치의 제도 인기

입력 | 2022-10-13 03:00:00

의료 인력이 13개 마을 순회하며
보건의료 지원, 건강 프로그램 제공
찾아가는 진료, 의료 사각지대 해소
인력 크게 늘고 서비스 대상도 확대



6일 전남 화순군 도곡면 신성리 보건진료소에서 주민들이 세라밴드를 이용해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건강 체조를 하고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하니 몸이 한결 좋아진 것 같아요.”

6일 오후 전남 화순군 도곡면 신성리 보건진료소. 주황색 티셔츠를 입은 주민 8명이 트로트 노래에 맞춰 체조를 했다. 가볍게 몸을 푼 주민들은 ‘세라밴드’ 끝부분을 움켜쥔 뒤 팔뚝을 허벅지 위에 고정한 채 손목으로 밴드를 당겼다 놓는 연습을 반복했다.

김옥례 할머니(75)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매주 목요일 건강지킴이 교실을 여는 보건진료소를 찾는다”며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운동을 동네 사람들과 함께 하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화순군이 민선 8기에 처음으로 도입한 마을 주치의 제도가 주민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마을 주치의 제도는 화순군 보건의료 인력이 13개 읍면 마을을 정기적으로 순회하며 다양한 보건의료를 지원하고 건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 어르신 건강 챙기는 마을 주치의
마을 주치의는 화순군보건소와 12개 보건지소, 13개 보건진료소의 공중보건의사(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등 의료 인력으로 꾸려졌다. 화순군이 마을 주치의 제도를 도입한 것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촘촘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방문하거나, 보건진료소에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을 검사해 주민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연령별, 질환별로 맞춤형 진료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만성 퇴행성 질환의 경우 일생생활에서 자가 관리 능력을 키워 주는 다양한 보건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국가건강검진, 심뇌혈관 질환 예방 교육, 치매 조기 검진 등 서비스도 안내하고 있다.

마을 주치의 제도는 거동하기 힘들고 교통이 불편해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의 노인들에게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동면 무포리에 사는 최일현 씨(80)는 “혈압이 높아 광주에 있는 병원에 다니는데 마을까지 찾아와 진료를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며 “매주 한 번씩이지만 마을 주치의를 기다리는 주민이 많다”고 전했다.
○ 찾아가는 진료 서비스로 마을에 활기
화순에서 찾아가는 진료 서비스는 ‘이동 보건지소’라는 사업으로 이전에도 해왔다. 마을 주치의는 투입 인력과 진료 과목, 방문 횟수 등을 크게 늘려 서비스의 질을 높인 점이 기존 사업과 다르다.

12개 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가 담당했던 이동 보건지소는 대상이 경로당을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인들이었다. 마을 주치의는 보건지소뿐 아니라 13개 읍면 보건진료소, 화순군보건소 방문 간호사 등이 함께하며 진료 인력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서비스 대상도 65세 이상 어르신, 거동 불편 주민으로 확대됐다.

진료 과목도 한방, 치과 등이 추가되고 주민 수요를 반영해 진료소마다 치매 예방, 심뇌혈관 질환 예방, 원예·미술 활동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오정숙 도곡면 신성리 보건진료소장(55·여)은 “주민 건강관리 측면도 있지만 주민들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즐겁게 운동을 하다 보니 마을에 활기가 넘치고 공동체 의식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화순군은 마을 주치의 제도 도입을 시작으로 노인복지 정책을 더욱 늘릴 방침이다. 다음 달부터 경로당 입식 식탁 설치 지원 사업을 벌이고 내년부터 홀몸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경로당 등을 대상으로 이동빨래방을 운영할 예정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