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사상 처음 5번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을 뿐 아니라 7월 0.5%포인트 인상 이후 석 달 만에 인상 보폭을 키웠다. 높은 물가와 ‘강달러’의 영향으로 치솟는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로 소폭, 점진적 인상을 고수하려다가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에 등이 떠밀려 다시 빅스텝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인상으로 한국의 기준금리는 2.5%에서 3.0%로 높아졌다. 3%대 진입은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한은 목표치 2%를 크게 웃도는 5%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으로 인상은 예고된 것이었다. 게다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매우 강한 달러 때문에 아시아 등 신흥시장이 자본유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할 정도로 환율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 역시 환율이 폭등하면서 원유, 원자재 수입 부담이 커졌고 무역적자까지 급증하고 있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한은이 작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높이기 시작했는데도 올해 3월부터 올린 미국에 추월당해 한미 금리가 역전됐다는 점이다. 3.0∼3.25%인 미국 기준금리는 여전히 한국보다 높고, 연내 두 차례 추가 인상으로 연말에 4.5% 수준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은이 올해 금리를 올릴 마지막 기회인 11월에 큰 폭으로 인상해도 따라잡는 게 어렵다.
한은의 판단 착오와 실기가 반복되면 국내외 금융시장의 신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외환보유액은 부족하지 않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된다”는 한은 발표마저 시장이 믿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기준금리와 관련해 한은은 더 이상 섣불리 상황을 예단하거나,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신속하고 유연하게 물가와 환율 변동에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