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모텔 객실엔 경보기 설치 안돼 무주 단독주택의 기름보일러는 아예 경보기 설치대상서 제외돼 2018년 강릉펜션 10명 사고 이후 경보기 의무화했지만 ‘구멍’ 숭숭 전문가 “경보기 설치규정 보완해야”
경북 포항 모텔과 전북 무주 단독주택에서 9일에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8명이 사망한 가운데 유사 사고 재발을 막으려면 가스 경보기 설치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스 경보기는 온라인에서 1만 원대부터 구입할 수 있다.
12일 포항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60, 70대 여성 3명이 숨진 남구 대잠동 A모텔의 경우 1층 보일러실에 가스 경보기가 있었지만 사망자가 나온 5층 객실이나 옥상으로 올라가는 배기통 인근에는 경보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경찰은 9일 낮 ‘퇴실 시간이 지났는데 안 나온다’는 신고를 받고 객실에서 이들을 발견했는데 부검 결과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1층에 설치된 가스보일러의 배기통이 외벽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가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가 나온 객실이 최고층인데 옥상에서 물이 새 공사 업체가 천장에 구멍을 뚫고 누수 지점을 파악 중이었다”며 “일산화탄소가 천장 구멍을 통해 객실로 유입돼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찰은 공사 업체가 보일러 배기구 위치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공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사 관계자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포항 사고가 발생한 날 무주 단독주택에서도 일가족 5명이 사망한 채 발견됐는데 이 역시 원인은 보일러에서 누출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된다. 주택이나 식당의 경우 숙박업소와 달리 2020년 이후 제조, 수입된 가스보일러에 대해서만 경보기 설치가 의무다. 더구나 이번에 사고가 난 단독주택처럼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경우는 경보기 설치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있다.
방재 전문가들은 주택도 숙박업소처럼 보일러 연한에 관계 없이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한편으로 기름보일러에 대해서도 경보기 의무 설치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경보기를 정확히 어디에 설치하라는 내용까지 담아 보완해야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포항=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무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