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앙수비수로 합류한 김영권 전북과 질긴 악연 끊을 중책 맡아 울산 작년 41실점→올해 30실점 K리그1 12팀중 최소 실점 이끌어… “남은 2경기 챔프결정전처럼 뛸 것”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2시즌 동안 일본과 중국 리그를 오가며 뛰던 김영권은 올해 국내 프로축구 K리그로 왔다.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2012년 런던 올림픽,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에 잇따라 자신을 뽑아준 홍명보 울산 감독의 부름을 받고서다. 12일 현재 김영권은 올 시즌 울산이 치른 리그 36경기 중 34경기에 출전해 수비라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울산=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매 경기가 ‘챔피언 결정전’이라 생각하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1 울산은 17년 만의 리그 우승을 눈앞에 뒀다. 울산은 올 시즌 리그 2경기만 남겨 놓고 있다. 울산의 중앙수비수 김영권(32)은 남은 경기의 무게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고의 결과를 내겠다”고 했다.
울산은 팀당 5경기씩 치르는 파이널 라운드에서 3경기를 치른 12일 현재 승점 73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전북(승점 67)과 6점 차이다. 울산은 남은 2경기에서 1무 1패를 해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 2005년 이후 17년 만이자 통산 3번째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홍 감독은 20세 이하 대표팀 사령탑이던 2009년 김영권을 발탁했다. 이후로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2년 런던 올림픽,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김영권은 태극마크를 달았다.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했고 런던 올림픽에선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 축구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었다.
김영권은 대표팀 주축 수비수로 성장했다. 김영권은 “울산행은 (홍명보) 감독님 영향이 있었다. 울산은 빌드업 축구를 추구한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해 축구를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울산에서 김영권은 최후방부터 패스로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가는 빌드업 축구의 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
부담도 컸다. 울산은 2019년부터 전북에 밀려 3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지난해 울산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도 우승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울산의 뒷문을 책임진 김영권은 올해 1월 입단하면서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각오했다. 부담감 때문인지 김영권은 올해 장염으로 두 차례 고생했다.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때 대표팀에 소집됐지만 합류하지 못했다. 김영권은 “선수 생활 중 처음 겪은 일이었다.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적잖이 마음에 부담이 됐던 것 같다”고 했다.
8일 전북과 맞대결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울산의 사기는 높아졌다. 지난 3년 동안 전북에 앞서다가 시즌 막판 역전을 허용하며 우승을 내줬기에 전북전은 중요했다. 김영권은 “우승이 가까워진 것 같다. 하지만 우승 트로피가 손에 쥐어질 때까지 긴장을 풀지 않겠다”고 말했다.
울산=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