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휴머노이드 ‘아이다’ ‘기술발전과 예술’ 청문회 증인으로 “카메라-AI 알고리즘-로봇 팔로 그려” 말하다 작동 중단돼 리부팅하기도
인간형 로봇 아이다가 11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로봇 팔 골격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런던=AP 뉴시스
로봇이 처음으로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일간 가디언을 비롯한 영국 언론은 11일(현지 시간) 그림을 그리는 인간형 로봇 ‘아이다(Ai-Da)’가 로봇 최초로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했다고 전했다. 아이다는 여성 외형을 지닌 ‘초현실주의 인공지능(AI) 로봇 화가’로 불린다. 19세기 영국 여성 수학자 에이다 러블레이스(Ada Lovelace·1815∼1852)의 이름을 땄다.
이날 아이다는 개발자 에이던 멜러 씨와 함께 상원 통신·디지털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기술 발전이 예술과 창작 분야에 미칠 영향에 관한 질의에 답했다. TV로 생중계된 이날 아이다는 로봇 팔 골격은 그대로 드러낸 채 단발머리에 멜빵바지를 입었다.
청문에 앞서 보수당 소속 티나 스토얼 위원장은 멜러 씨에게 “로봇은 인간과 동일한 지위를 갖지 않는다”며 아이다 답변의 모든 책임은 그에게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이 아이다의 창작물과 인간의 창작물은 어떻게 다른지 묻자 아이다는 “나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알고리즘 그 자체이자, 이것들에 의존한다. 살아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술을 창작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다는 “예술가는 기술을 이용해 자신을 표현하고 기술과 사회, 문화와의 관계를 성찰한다”며 “기술의 중요성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다는 답변 도중 갑자기 졸다가 ‘딸꾹질’을 해 청중을 웃기기도 했고, 말하는 도중 갑자기 작동이 중단돼 멜러 씨가 리부팅하기도 했다.
2019년 발명된 후 지난달 별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초상화를 비롯해 여러 그림을 그려온 아이다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