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식사하러 왔는데 경호가 왜 이리 삼엄한가요. 여기가 서울 광화문에 있는 식당이니 혹시 윤석열 대통령이 근처에서 식사라도 하고 계시려나요. 실제 만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기는 합니다.
총장이 되고 보니 교수였을 때 보던 것과 상황이 너무 다릅디다. 그나마 우리 학교는 이른바 ‘인서울’ 대학인데도 그래요. 최근 지방대 한 곳을 다녀왔습니다. 우리더러 캠퍼스가 됐든, 분교가 됐든 ‘경영을 맡아 달라’고 해서요. 지금 그런 요청을 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그만큼 지방 상황이 쉽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우리가 대학생에게 쓰는 돈이 얼마인지 아세요? 한 명당 연간 1만1000달러(‘OECD 교육지표 2022’ 기준 공교육비 1만1287달러·약 1603만 원)입니다. 그런데 중고생은 그게 1만7000달러(약 2414만 원)예요. 대학생 교육 투자가 중고교생보다 낮은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습니까. 미국은 대학생 1년 교육비가 3만 달러(약 4260만 원)를 넘습니다.
등록금 동결 14년 동안 대학교수와 직원 월급도 동결됐습니다. 밖에선 급여 더 깎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 학교 교수님 아들 중에 젊은 나이에 미국 유수의 대학 교수로 임용된 인재가 한 분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모셔오라고 했어요. 그런데 바로 포기했습니다. 아버지와 같은 학교에 재직하는 ‘부자(父子) 교수’라는 명예만으로는, 14년 동안 벌어진 한미 교수 간 임금 격차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해외에서 공부하는 한국 출신 고급 두뇌들이 다시 고국의 대학으로 돌아올까요.
그나마 지금 계신 교수님들도 이제 강의나 연구가 뒷전입니다. 외부에서는 프로젝트 과제를 던지고, 교수들을 줄 세웁니다. 그거 말고는 재원이 없으니 모두가 혈안이 되어 따내려고 애씁니다. 지식인들이 자신의 직업에 자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결국 대학은 ‘돈 안 되는’ 전공을 정리해야 합니다. 굳이 과 이름을 밝히진 않겠습니다만, 이제 그런 전공들은 서울대나 하라는 겁니다. 저희 대학도 장기적으로 전체 전공의 절반을 정보기술(IT) 관련으로 바꿀 겁니다. 각 학과에 이미 ‘생사(生死) 기준표’를 전달했어요. 다행히 아직 폐과된 곳은 없습니다.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