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본부 전경. 뉴욕=AP뉴시스
유엔이 12일(현지시간) 긴급특별총회를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4개 지역 병합을 불법으로 비난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 독립, 단결, 영토 보전을 재확인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193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총회의 4분의 3인 143개국이 찬성하는 등 결의안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투표에 참여한 국가 중에서는 북한, 시리아, 나카라과, 벨라루스와 당사국인 러시아 등 5개국만 반대했다. 러시아의 전략적 파트너로 꼽히는 중국을 포함해 35개국은 기권했다.
유럽연합(EU) 주도로 마련된 이 결의안은 러시아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우크라이나의 4개 지역에서 실시한 주민투표를 국제법상 효력이 없는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병합 선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하고있다. 또 우크라이나 영토로부터 군 병력을 즉각, 완전히, 그리고 무조건 철수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국과 일본도 이번 결의안의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국민투표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찬성하는 특별 긴급회의 투표 결과를 화면으로 보여주고 있다. 뉴욕=AP/뉴시스
이번 결의안 채택에 따라 유엔총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모두 4건의 반러시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이번 결의안은 가장 많은 회원국이 지지해 러시아의 병합 시도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앞서 3월 2일 러시아 철군 요구 결의에는 141개국, 3월 24일 우크라이나의 인도적 위기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을 명시한 결의에는 140개국, 4월 7일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퇴출 결의에는 93개국이 각각 찬성했었다.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세르기 키슬리치야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는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대사와 나란히 함께 나오며 “멋진 일이다(it‘s amazing)”라고 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대사는 “러시아가 세계를 위협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표결에 앞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를 규탄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한국 정부는 러시아가 핵보유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자결권은 외부의 간섭 없이 주권과 국제 정치적 지위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합법적 권리”라며 미국을 비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