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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소리 안 나게” “절대 안 식게” 도 넘은 배달앱 요청사항

입력 | 2022-10-13 10:33:00


배달 앱으로 주문하면서 5~6줄 과도한 요청사항을 적는 고객들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2일 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게시판에 치킨집으로 추정되는 매장의 주문서 사진이 올라왔다.

주문서의 요청사항란에는 ‘마스크 꼭 끼고 요리 부탁’ ‘봉투 꼼꼼히 무 꽉 채워서 예쁘게 넣어달라’ ‘정량 안 떨어지게 넉넉히 바싹하게 튀겨달라’ ‘오토바이 소리 안 나게’ ‘강아지 있으니 벨 노크하지 말라’ ‘문 앞 의자 위에 흙 안 묻게 올리고 문자 전송 부탁’ ‘절대 안 식게 해달라’ ‘수저 포크 챙겨서 소금은 빼고’라는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이를 본 자영업자들은 “저건 주문취소 해야 한다” “어질어질하다” “숨 막힌다” “읽는데 눈이 아프다. 멀미 날 뻔” “주문받아도 배달 기사분들이 배차 안 할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

배달 앱에서 고객의 무리한 요청사항이 논란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를 시키면서 ‘아이가 순살을 좋아해서 몇 조각만 넣어주심 감사’ ‘식구가 다섯이라 치즈볼 다섯 개 챙겨주면 (리뷰) 예쁘게 작성’이라고 요청한 고객의 사연이 대형 커뮤니티에 올라와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또 최소 주문 금액에 맞춰 주문하면서 ‘아이랑 먹을 거라 위생에 더 신경 써달라. 물티슈 20개, 냅킨 많이, 온수 1컵’을 요구한 고객도 있었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배민사장님광장’이 지난 5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곤란한 손님에는 ‘당당하게 사이드메뉴 서비스를 요청하는 경우’(59.9%)가 꼽혔다. 2위는 ‘레시피 무시하는 과도한 맛 변경 요청’(23.0%), 3위는 ‘2인분 같은 1인분 요청’(13.7%) 등이었다. 한 자영업자는 “감자튀김 1개 시키면서 케첩 10개 달라는 고객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각종 배달 앱을 통한 포장과 배달 주문이 늘면서 손님들의 리뷰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자영업자들은 고객의 무리한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자영업자는 “요청사항을 안 들어주면 별점 테러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지난해 정의당 6411 민생특별위원회에서 실시한 ‘배달앱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앱을 이용하는 자영업자 가운데 ‘리뷰와 별점이 매출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비율이 74.3%를 차지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