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으로 주문하면서 5~6줄 과도한 요청사항을 적는 고객들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2일 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게시판에 치킨집으로 추정되는 매장의 주문서 사진이 올라왔다.
주문서의 요청사항란에는 ‘마스크 꼭 끼고 요리 부탁’ ‘봉투 꼼꼼히 무 꽉 채워서 예쁘게 넣어달라’ ‘정량 안 떨어지게 넉넉히 바싹하게 튀겨달라’ ‘오토바이 소리 안 나게’ ‘강아지 있으니 벨 노크하지 말라’ ‘문 앞 의자 위에 흙 안 묻게 올리고 문자 전송 부탁’ ‘절대 안 식게 해달라’ ‘수저 포크 챙겨서 소금은 빼고’라는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다.
또 최소 주문 금액에 맞춰 주문하면서 ‘아이랑 먹을 거라 위생에 더 신경 써달라. 물티슈 20개, 냅킨 많이, 온수 1컵’을 요구한 고객도 있었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배민사장님광장’이 지난 5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곤란한 손님에는 ‘당당하게 사이드메뉴 서비스를 요청하는 경우’(59.9%)가 꼽혔다. 2위는 ‘레시피 무시하는 과도한 맛 변경 요청’(23.0%), 3위는 ‘2인분 같은 1인분 요청’(13.7%) 등이었다. 한 자영업자는 “감자튀김 1개 시키면서 케첩 10개 달라는 고객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각종 배달 앱을 통한 포장과 배달 주문이 늘면서 손님들의 리뷰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자영업자들은 고객의 무리한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자영업자는 “요청사항을 안 들어주면 별점 테러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