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석유 실어나르던 ‘월봉산 호’ GPS 신호 지난해 10월 9차례 잡혀 한국 출항 후 북한 소유된 선박 3년 간 9차례…“항만보안 구멍”
지난해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제를 위반한 북한 선박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가 부산항에서 3시간 동안 잡혔지만, 정부 당국은 1년 동안 해당 사안에 대해 파악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실이 해양수산부, 항만공사, 해양경찰청으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국적 선박 ‘월봉산 호’의 GPS 신호가 지난해 10월 25일 부산항에서 3시간 동안 9차례 잡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월봉산호는 2016년 이집트 당국이 북한으로 가는 선박을 수색해 로켓추진수류탄을 압류했던 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2020년 9월에는 남포항으로 석유를 실어 나르다 국제사회에 적발된 적이 있다.
뉴시스
한국 국적의 유조선 ‘뉴콘크 호’는 2019년 부산항 기항 당시 홍콩에 근거지를 둔 회사에 매각돼 국적을 시에라리온으로 변경한 뒤 3월 한국을 떠났다. 출항 당시 목적지를 북한으로 신고했지만, 당국은 이를 제재하거나 조사하지 않았다. 이후 뉴콘크 호는 대만 인근 해상에서 석유를 옮겨 싣는 등 대북제재를 위반했다.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의 소유였던 ‘신평 5호’는 부산항을 출항해 중국까지 항해 후 신호가 끊어졌고 북한 평양 소재 기업의 선박으로 포착됐다. 다른 선박들도 출항 후 짧게는 9일, 길어도 1년 안에 북한 남포항 일대에서 발견되거나 북한으로 반입되는 유류 또는 화물을 환적하다가 적발됐다.
이에 따라 한국 국적이었던 선박들을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단 사실 자체가 해석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안보리가 2017년 12월 의결한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의 7항은 ‘모든 회원국이 자국의 선박, 항공기 등 모든 운송수단의 북한에 대한 직간접적 공급·판매·이전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에 간접적으로라도 선박을 제공하는 행위는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홍 의원은 “대북제재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력한 운송수단 단속 조처에도 정작 국가 최고보안시설인 항만을 통해 국내 선박이 북한 소유로 넘어가고 있었다”며 “관계 부처들이 본인의 소관 업무가 아니라 해당 사항이 없다는 태도로 방만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제재에 구멍이 뚫린 심각한 상황의 우연이 반복되면 그것은 필연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