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지난달 역대 최대 규모의 뭉칫돈이 은행권 정기예금으로 몰렸다.
13일 한은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8월 말보다 36조4000억 원 늘어난 2245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정기예금이 32조5000억 원 급증했는데 2002년 1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정기예금은 은행의 자금 유치 노력과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및 기업의 자금 유입 등으로 높은 증가세가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1~9월 합쳐서는 은행권 정기예금에 131조30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5조1000억 원)의 8배가 넘는다. 반면 수시입출금식 예금에선 지난달 3조3000억 원이 빠져나갔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성 예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1조2000억 원 줄었다. 9월에 가계대출이 줄어든 건 이번이 처음으로, 대출 금리 상승에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지난달 1조3000억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둔화하는 건 맞지만 이것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국면으로 전환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지금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