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합의’ 시민단체 비판 잇따라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추진해온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메가시티)이 끝내 무산됐다. 3개 광역단체는 메가시티 대신 경제동맹을 추진하기로 하고, 부산시와 경남도는 2026년까지 행정통합을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부산과 경남 지역 시민단체들은 “메가시티보다 더 어려운 행정통합을 하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 끝내 무산된 부울경 메가시티
박형준 부산시장과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12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메가시티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박 시장은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응하자”며 꺼져가던 메가시티의 불씨를 살리려고 했지만, 김 시장과 박 지사는 모두 발언을 통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김 시장은 “정부로부터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상태에서 3개 도시가 연합체를 구성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반박했고, 박 지사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특별연합의 근거가 마련됐지만, 그 실체는 수도권에 대응하는 조직이 아니라 지자체들이 공동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12일 오후 부산시청 26층 회의실에서 열린 ‘부울경특별연합(메가시티)’ 간담회에 참석한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왼쪽부터). 이들 단체장은 회담 후 부울경메가시티 대신 ‘초광역경제동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제공
경제동맹은 3개 시도 단체장이 공동회장을 맡고 부산에 전담사무국이 설치된다. 3개 시도에서 각각 공무원 3명이 파견되는데, 부울경의 공동 사업을 발굴하고 중앙 정부의 권한 이양과 예산 확보에 함께 대응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부산과 경남은 2026년까지 행정통합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 부울경 시민단체, “졸속 합의” 비판
부울경 지역 시민단체들은 메가시티 무산을 강하게 비판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메가시티 공식 출범을 위해 수년 간 많은 공무원과 민간 자문단이 머리를 맞대며 노력해 온 일을 시민들과의 소통 없이 단체장 회담으로 무산시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밝혔다. 이어 “낮은 수준의 협력체인 특별연합도 하지 못하면서 어렵고 까다로운 행정통합을 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서로 뭉치지 않겠다는 핑계일 뿐”이라고 했다.부울경은 메가시티를 통해 현재 800여만 명인 인구를 2040년까지 1000만 명으로 늘리고 275조 원인 지역내총생산(GRDP)을 491조 원으로 늘리는 걸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정부로부터 35조 원의 예산을 지원받기로 약속된 상태였다. 부울경은 올 4월부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 공동사무국을 운영해왔지만 이 역시 해체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별도 청사 건립 등 특별연합 추진으로 인한 막대한 행정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대신 경제동맹으로 공동 사업을 추진해 실리를 챙기자는 취지”라며 “광역철도망 건설 등 정부로부터 약속받은 예산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논의된 것이어서 메가시티가 무산돼도 추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창원=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