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시진핑 3연임 앞두고 대만 위기감 고조…“미래엔 우리도 전투기 생산”

입력 | 2022-10-13 19:41:00

전투기 등 주요 무기, 대부분 美에 의존하는 대만
주력기도 F-16, 中 J-20 같은 5세대 스텔스기 전무
자체 고등훈련기 개량 노력… “미래에 전투기도 생산”
펠로시 美 하원의장 방문 이후 中 침공 위기감 고조
“러시아처럼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포문 열 수도”




대만 타이중시에 있는 한샹항공 공장에서 항공기 조립 작업이 한창이다. 엔진에 결합하는 부위로 추정되는 부품에서 작업자가 부품을 맞추고 있다. 한샹항공 제공.

○ 대만 국기 내걸린 공장서 훈련기 생산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 이동한 뒤 도착한 타이중시. 곳곳에 초소가 있고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시설이 나왔다. 신분을 확인하고 정문을 들어서자 회색 건물들이 보였다. 그사이에 커다란 전투기 모형이 있었다. 군용기와 민항기를 연구개발, 생산하는 한샹항공(漢翔航空·AIDC)이다. 대만 공군이 1969년 설립한 항공우주산업개발공사가 2014년 민영화된 것이다.

‘#11 Hanger(격납고)’ 팻말이 붙은 공장은 입구부터 촬영이 금지된 보안 구역이었다. 광활한 내부로 들어서자 각종 공구 소음이 귀를 찔렀다. 한쪽에서는 근로자가 전투기 수직 꼬리날개에 전동 드릴로 나사를 조이고 있었다. 다른 쪽에서는 도색 작업이 한창이었다. 천정에는 ‘보잉737’ ‘S92 헬리콥터’ 등 해당 기체(機體)를 알리는 팻말이 매달려 있었다. 

좀 더 안으로 가자 ‘저것이 전투기 앞부분이구나’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전투기 조종석과 캐노피(덮개)같이 구체적인 부분도 볼 수 있었다. 엔진 조립 파트에는 거대한 항공기 엔진이 세로로 세워져 있었다. 공장 한가운데 대형 대만 국기가 걸려 있다. 한 근로자가 “조립동(棟) 근무자는 600여 명, 외부 근무자를 더하면 1000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대만 한샹항공 엔지니어들이 훈련기 날개를 조립하고 있다. 한샹항공 제공.

○ 아직도 주력기는 F-16, 中 맞설 공군력 절실
자체 방위산업이 미약한 대만은 핵심 국방 자원을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한다. 1992년부터 록히드마틴에서 수입한 F-16 전투기 140여 기가 대만 공군 주력 자원이다. 중국 인민해방군(PLA) J-20, 한국 공군 F-35 같은 최첨단 5세대 스텔스 전투기는 없다. 유사시 대만해협을 건너오는 PLA 상륙작전을 저지하려면 강한 공군력이 필수다.

대(對)중국 강경 노선을 고수하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2017년 한샹항공에 ‘차세대 고등훈련기’ 개발을 지시했다. 개발 시작 약 2년 만인 2019년 9월 첫 시제(試製) 비행기가 공개됐고 지난해 11월 실전 배치를 시작했다. 훈련기지만 유사시 전투기로 개조해 무장할 수 있으며 실전에 투입될 수 있다. 한샹항공 관계자는 “총통의 지시 이후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연구 개발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날 공장 옆 활주로에는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치장한 훈련기 ‘용잉(勇鷹·용감한 매)’이 서 있었다. 훈련기 맨 앞에는 일반 전투기와 달리 풍향, 고도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용도의 날카로운 레이더가 달려 있었다. 바로 옆 격납고에는 대만 공군의 주력기 F-16V도 2기 보였다. 후카이훙(胡開宏) 한샹항공 회장은 “언젠가는 우리도 미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처럼 우리 전투기를 생산하고 수출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만 내부에서는 중국의 침공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션밍신(沈明室) 대만 국방연구소 국가안보연구소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면 전례 없는 권력을 갖게 된다. 그가 ‘대만 통일’이라는 업적을 세워 중국 역사에 길이 남을 존재가 되려고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문 이후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대만 내에서는 한층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슈용메이(徐詠梅) 대만 외교부 국제정보서비스협력국장은 “침공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판단하기도 어렵다. 그와 상관없이 우리는 맞설 준비가 됐어야 한다”며 “솔직히 우리는 침공이 언제일지 예상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대만이 자체 제작한 고등훈련기. 대만 외교부 제공.



올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 우크라이나에서는 가짜 테러 신고 전화가 잇따라 학교 공항 등에서 사람들이 대피하는 혼란이 벌어졌다. 전쟁 상대국 불안을 일으키기 위해 테러, 범죄, 심리전, 정보전, 사이버 공격을 동원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이었다. 청이수(曾怡碩) 국방연구소 사이버 보안 및 의사결정 시뮬레이션 연구원은 “중국은 대만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하이브리드 전쟁을 이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이중=이은택 기자 nabi@donga.com